핸리 라미레스(30)의 방망이가 침묵했다. 자신의 잘못도 있었겠지만 역시 세인트루이스의 집요한 견제가 라미레스를 괴롭혔다. 덩달아 LA 다저스의 방망이도 같이 침묵했다. 1회의 아찔한 사구 또한 기억에 남는 경기였다.
LA 다저스는 12일(이하 한국시간) 부시스타디움에서 열린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의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 1차전에서 2-2로 맞선 연장 13회 벨트란에게 끝내기 안타를 맞고 첫 판을 내줬다. 가장 중요하다고 하는 1차전에 잭 그레인키 카드를 내고도 이기지 못한 다저스로서는 적잖이 쓰라린 패배였다. 그레인키는 잘 던졌지만 결국 타선이 흔들리던 상대 선발 조 켈리를 일찌감치 무너뜨리지 못한 것이 패인이 됐다.
디비전시리즈에서 너무 잘해서 그런 것일까. 라미레스의 무안타가 도드라졌다. 이날 3번 타자로 출전한 라미레스는 2타수 무안타 3볼넷(2고의사구) 1삼진에 그쳤다. 두 번의 기회에서 안타를 때리지 못한 것은 둘째치고 때릴 기회도 마땅치 않았다. 상대의 집중 견제에 시달렸다. 라미레스에게는 좋은 공을 주지 않는 경향이 역력했다. 이렇게 라미레스가 묶이자 다저스 타선도 제대로 된 기능을 하지 못했다.

디비전시리즈에서 활활 타올랐던 라미레스였다. 자신의 첫 포스트시즌 무대라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였다. 4경기에서 타율 5할(16타수 8안타)의 맹타를 휘둘렀고 1개의 홈런, 그리고 6개의 타점을 올리며 팀 중심타자의 몫을 톡톡히 했다. OPS(출루율+장타율)는 무려 1.618이었다. 포스트시즌이라는 큰 무대, 그리고 상대가 애틀랜타라는 강호임을 생각하면 놀라운 성적이었다.
타선의 분위기 메이커 중 하나인 라미레스가 펄펄 날아다니자 다저스 타선도 같이 터졌다. 칼 크로포드, 아드리안 곤살레스, 후안 유리베 등 매일 영웅이 바뀌었다. 라미레스가 윤활유 몫을 톡톡히 한 셈이 됐다. 챔피언십시리즈에서도 큰 기대가 모이는 것은 당연했다. 그러나 이날 1회 첫 타석부터 아찔한 장면을 연출했다. 1사 1루에서 세인트루이스 선발 조 켈리의 몸쪽 직구에 늑골 부위를 맞았다. 피할 겨를도 없는 강속구였다.
경기에서 빠지지는 않았지만 라미레스는 불편함을 호소하는 모습이었다. 경기 중 덕아웃에서는 의무 트레이너들이 라미레스의 상태를 확인하는 등 다저스도 초비상이었다. 가뜩이나 허리와 햄스트링이 좋지 않은 라미레스다. 한 번의 사구가 선수의 몸 상태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도 있었다. 결국 라미레스는 그 후 고의사구 두 개를 포함해 볼넷 세 개를 고르며 예열만 하다 경기가 끝났다.
다저스 타선도 덩달아 늪에 빠졌다. 디비전시리즈에서 선수들이 고르게 폭발했던 모습과는 딴판이었다. 3회 유리베가 결정적인 순간 2타점 중전 적시타를 뽑아내며 앞서 나갔지만 그 후로는 큰 기회를 만들지도, 애써 잡은 기회를 잘 살리지도 못했다. 한 경기 결과로 볼 수도 있지만 라미레스의 사구가 계속 눈에 밟혔던 이유다.
한편으로는 라미레스가 이처럼 집중 견제를 당할 때 다저스가 어떤 방법을 찾아야 하는지에 대한 시사점을 주는 경기이기도 했다. 결과론이긴 하지만 아드리안 곤살레스의 교체, 마이클 영의 부진은 이날 경기의 패착이 됐다. 돈 매팅리 감독이 어떤 비책을 들고 2차전에 임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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