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와 상황이 비슷했다. 오히려 압박감은 더 클 수도 있었다. 하지만 두산의 외국인 에이스 더스틴 니퍼트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았다. 불펜에서 팀 뒷문을 굳건히 걸어 잠그며 시리즈를 원점으로 되돌렸다.
니퍼트는 12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넥센과의 준플레이오프 4차전에 팀이 2-1로 앞서고 있던 8회 팀 세 번째 투수로 등판, 2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으며 팀의 승리를 지켰다. 잠실에서 열린 3·4차전에서 모두 이기며 시리즈 전적을 2승2패 동률로 만든 두산은 오는 14일 목동에서 플레이오프 티켓을 두고 마지막 한 판 승부를 벌인다.
니퍼트의 불펜 출격이 화제가 된 경기였다. 경기 전 김진욱 두산 감독은 “니퍼트와 유희관의 불펜 대기는 없다”라고 못 박았다. 하지만 니퍼트는 경기 중반부터 불펜에서 몸을 풀기 시작했다. 이미 3차전에도 불펜 등판을 자청했던 니퍼트가 또 한 번 강력하게 자신의 뜻을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결국 불펜이 불안했던 두산도 1점차 리드를 지키기 위해 니퍼트를 8회 마운드에 올렸다.

지난해의 악몽이 떠올랐다. 니퍼트는 지난해 롯데와의 준플레이오프에서 1차전 선발 등판에 이어 4차전에 불펜 출격했다. 3-0으로 앞선 8회였다. 그러나 4안타를 맞고 고개를 숙였다. 결국 후속 투수 홍상삼이 자신의 책임 주자들에게도 홈을 허용하며 3실점했다. 니퍼트로 시리즈를 원점으로 돌리겠다는 두산의 구상은 그렇게 산산조각났고 두산은 결국 연장 승부에서 끝내기 실책을 저지르며 준플레이오프 탈락의 쓴맛을 봤다.
하지만 올해 니퍼트는 달랐다. 선두 이택근에게 볼넷을 허용하며 다시 불안한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으나 박병호를 1루수 뜬공으로 잡고 한숨을 돌렸다. 그리고 전날(11일) 3점 홈런의 주인공인 김민성을 유격수 방면 병살타로 돌려세우고 이닝을 마무리했다. 9회에도 다시 마운드에 오른 니퍼트는 강정호 이성열을 차례로 잡아냈다. 대타 서동욱에게 안타를 허용했으나 더 이상의 실패는 없었다.
두산으로서는 말 그대로 벼랑 끝 카드였다. 5차전 선발 출격이 유력했던 니퍼트의 실패는 곧 준플레이오프 탈락이었다. 하지만 니퍼트가 지난해와는 달리 자신의 임무를 완벽하게 수행함에 따라 두산도 희망의 끈을 잡을 수 있었다. 팀을 위한 헌신이 돋보였던 니퍼트의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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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곽영래 기자 young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