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히 목소리가 같은 사람들이 아니었다. 가수 임창정을 사랑했던 골수팬들이 그려왔던 '임스타'와 만남의 순간이었다.
지난 12일 방송된 JTBC 예능 프로그램 '히든싱어2'에는 임창정과 임창정을 똑같이 흉내내는 6명의 모창능력자들이 출연했다. 이들은 임창정과 목소리가 흡사하다는 점 외에 그의 열혈팬이라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어 눈길을 끌었다.
첫 단계에서 탈락한 소원 씨는 "임창정의 노래를 정말 좋아해 가수를 꿈꿨다. 하지만 임창정과 너무 비슷해 가수가되지 못했다"고 말했다. 김대산 씨는 임창정을 가까이에서 지켜보고 싶은 마음에 매니저 직에 지원했던 이력이 있는 인물. 그는 면접을 통과했으나 어린 나이 때문에 매니저 일을 포기해야 했다.

허각은 임창정을 보며 가수의 꿈을 키운 대표적인 '임창정 키드'였다. 그는 임창정을 직접 만날 자신이 없어 절친한 사이인 가수 김창렬에게 안부를 전하고, 그와 관련한 소식을 전해들었다고 털어놨다. 이날 허각은 "임창정 선배님 때문에 가수를 꿈꾸게 됐다. 내 돈 주고 처음으로 산 앨범이 3집 앨범이었다. 타이틀 곡이 '그때 또다시'라는 곡이었는데 테이프가 늘어질 때까지 들었다"며 팬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3990'이라는 닉네임으로 출연한 허각은 "자주 다니던 노래방 기계에서 '결혼해줘'의 번호가 3990이었다"고 말해 감동을 안겼다. 이에 임창정은 "내 예전 모습 보는 것 같아 남다르다. 진짜 허각이 나오리라고는 꿈에도 생각 못했다"며 고마워했다.
이번 방송의 하이라이트는 10년 전 임창정의 은퇴무대를 가창능력자들이 재연한 순간이었다. 이들은 임창정의 노래인 '오랜만이야'를 부르며 은퇴를 공식 발표했을 당시 임창정이 공개했던 편지를 다시 한번 읽는 시간을 가졌다.
대표로 나선 김대산 씨는 임창정에 빙의돼 "내 노래를 사랑해주셨던 많은 분들이 생각날 것 같다. 그리고 나의 사랑스러운 분신들, 빠빠라기 여러분들. 여러분 곁은 안 떠날거니까 고맙다"고 말했다. 그는 편지를 보며 임창정의 말투, 제스처를 완벽하게 흉내내 웃음을 자아냈다.
분명히 재미있는 그림이었지만 임창정은 눈물을 훔쳤다. 그는 1집부터 은퇴를 발표하기까지, 또 가수 컴백 후 앨범을 발표하기까지 자신을 한결같이 응원해준 팬들에게 "그 때의 오만방자함을 후회한다"며 매우 고마워했다. 이에 허각도 "은퇴 소식을 들었을 때, 이 사람의 노래를 다시는 못 듣는다고 생각을 하고 엄청 울었다. 진짜 많이 울었다"며 눈물을 떨궜다.
마지막으로 임창정은 결승에 오른 '용접공 임창정' 조현민, 김대산 씨와 '소주 한 잔'을 부르며 최종 라운드를 치렀다. 세 사람은 경쟁이라는 프로그램 포맷보다도 열정적으로 한 무대에서 호흡을 맞추며 교감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를 본 일부 관객은 눈물을 보였고, 전현무는 노래를 마친 후에도 임창정이 감격스러워하고 있다고 놀리며 웃음을 자아냈다.
임창정은 이날 6명의 모창능력자들을 물리치고 우승을 차지했다. 그는 "어쩌다가 나와 목소리가 비슷한 분이 아니고 어려서부터 나를 좋아해주셨던 분들이라 (고맙다)"며 "나중에 다같이 노래를 불러서 앨범을 냈으면 좋겠다"고 약속했다.
한편 '히든싱어2'는 대한민국 국민가수와 그들을 닮고 싶은 모창능력자들이 히든 스테이지에서 한 소절씩 노래를 부르며 진짜 가수의 목소리를 찾는 신개념 음악 프로그램. 매주 토요일 오후 11시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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