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드 자우림이 tvN 'SNL코리아'에 호스트로 출연해 셀프디스, 병맛연기, 패러디 등을 감행했다. 특히 멤버들이 직접 몸소 보여준 '19금 연기'는 자우림 데뷔 16년 역사상 최고의 일탈이라는 말에 고개를 절로 끄덕이게 했다.
새 앨범으로 컴백을 앞둔 자우림은 지난 12일 방송된 'SNL코리아'에 출연해 그간 여러 호스트들이 해왔던 것처럼 망가짐을 서슴지 않았다. 특히 평소 TV 예능프로그램에 출연이 드문 자우림이라는 점이 이같은 모습을 더욱 파격적으로 느끼게끔 했다.
왕가위 감독의 영화 '화양연화'를 패러디한 코너에서 김윤아와 신동엽이 불륜을 저지른 뒤 각자의 위치로 돌아가기 위해 이별을 연습하는 장면은 김윤아의 능청스러운 연기가 일품이었다.

"나도 이제 가슴 큰 여자 만나고 싶다"는 신동엽의 말에 김윤아는 "가슴 큰 여자 좋아했냐? 내가 그렇게 작냐"며 자책하더니, 이어 "나도 큰 남자 만나고 싶다"는 말로 복수했다. 김윤아의 남편인 김형규는 카메오로 깜짝 등장해 신동엽과 서로의 힙을 움켜쥐는 뜨거운 포옹을 나누며 그의 반전 남자친구 역할을 소화해 아내인 김윤아를 외조했다.
적잖은 비주얼 쇼크도 안겼다. 김윤아는 게임 패러디 코너인 'SNL게임즈-레지던트이불' 편에서 좀비 바이러스가 퍼진 연예인 아파트에서 퀭한 눈으로 다가서는 자우림 좀비를 연기했다. 또한 광고 패러디인 'PYL(Premium Yangachi Lifestyle)' 데이트편에서는 파워숄더에 머플러를 더해 만화 캐릭터인 피콜로로 변신, 마관광살포를 쏘기도 했다.

멤버들의 낮은 인지도를 소재로 한 셀프디스는 꽤 '웃펐다(웃기면서 슬펐다)'. 보컬 김윤아를 제외하고는 아직까지도 얼굴이 잘 알려지지 않은 멤버들은 '자우림 멤버를 찾아라' 코너로 직접적인 셀프디스를 선사했다.
또한 'PYL' 자우림 편에서도 몰려온 팬들에게 '(자)우림이 언니'라 불리자 거듭 "김윤아다"고 설명하는 모습과 더불어 '자우림에서 김윤아를 뺐더니 '듣보잡' 아저씨가 딱!'이라고 개사한 로고송으로 또 한 번 '웃픔'을 자아냈다.
인지도 셀프디스로 자신들을 가열차게 채찍질한 자우림 베이시스트 김진만, 기타리스트 이선규, 드러머 구태훈은 '19금 연기'도 활약을 이어갔다.
김진만, 구태훈은 'PYL' 미팅편에서 스키니진과 꿀벅지를 더해 다소 민망한 하의 핏라인으로 모두를 놀라게 했다. 그들은 능청스러운 표정연기로 이를 소화했다. 또한 이선규는 'PYL' 맞선 편에서 정명옥의 맞선남으로 등장해 근육질과 티셔츠를 결합, '찌셔츠'를 탄생케 했다.
이날 방송된 'SNL코리아'는 최근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선정성과 비속어 사용으로 경고 조치를 의식해서인지 그 수위나 과감성 면에서는 기존보다 한 풀 꺾인듯한 느낌을 안겼지만, 평소 이미지 소비가 많지 않았던 자우림의 예능 출연 카드라는 점이 이를 충분히 만회케 했다.
자우림의 이같은 음악 외적인 '일탈'에 음악팬들도 반기는 기색이다. 흡사 일상을 의심할 만큼 능청스럽게 역할을 잘 소화했던 자우림 멤버들이, 데뷔 후 여태껏 이같은 끼와 연기 욕심을 어떻게 절제했는지가 의심될 정도다. 오는 14일 정규 9집 '굿바이, 그리프(goodbye, grief.)'를 발매하고 가요계 공식 컴백하는 자우림이 이같은 일탈과 예능 외도도 가끔은 즐겨주길 내심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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