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23, 쇼난 벨마레)에게서 문득 김남일(36, 인천)의 향기가 났다.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 포르투갈, 이탈리아, 스페인 등 세계 최정상팀을 악착같이 괴롭히며 '진공청소기'라는 별명을 얻었던 바로 그 김남일의 향기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12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월드컵 최다우승팀 브라질과의 친선경기에서 네이마르의 결승 프리킥 골로 0-2로 무릎을 꿇었다. 이로써 한국은 역대 브라질과의 전적에서 1승 4패로 열세를 보이게 됐다.
비록 경기는 패했지만 세계 최강 삼바군단 브라질이 상대였던만큼 배울 점이 더 많았고, 전력차가 뚜렷했기에 의외의 부분에서 소득도 있었다. 특히 눈에 띄는 소득은 기성용과 함께 중원을 책임진 한국영의 재발견이었다.

A대표팀에서 기성용과 처음 호흡을 맞춘 한국영은 이날 브라질을 상대로 충실히 자신의 임무를 수행했다. 깔끔하다고 하기엔 투박한 모습이 종종 눈에 띄었지만, 한국영은 자신의 수십 수백배에 달하는 몸값의 브라질 선수들을 열심히 지워나갔다. 몸을 사리지 않는 플레이와 적극적인 태클로 1차저지선 역할을 충실히 수행한 한국영은 한국이 32대68이라는 압도적인 점유율 차이에도 불구하고 전반 44분까지 실점 없이 버틴 원동력이었다.
악착같고 끈질긴 플레이로 상대를 지워나간 한국영에게서 2002년 한일월드컵 히트상품이었던 '진공청소기' 김남일의 모습이 떠오른 것도 무리는 아니다. 아직 발전해야할 부분이 더 많지만, 초호화군단 브라질을 상대로 밀리지 않고 자신의 잠재력을 폭발시킨 한국영은 홍명보호의 또다른 회심의 카드로 자리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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