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표 슈터’ 조성민, 포인트가드로 변신한 이유
OSEN 서정환 기자
발행 2013.10.13 10: 02

“도대체 어떻게 농구를 하라는 건지...”
부산 KT는 12일 고양체육관에서 개최된 2013-2014시즌 KB국민카드 프로농구 정규시즌 개막전에서 고양 오리온스에게 83-65로 역전승을 거뒀다. 시즌 전체의 판도를 좌우할 수 있는 중요한 출발이었다.
그런데 경기 전 만난 전창진 KT 감독은 한숨부터 쉬었다. 그럴 만 했다. 힘들게 키운 선수들이 줄줄이 부상으로 낙마했기 때문이다. 전 감독은 “김현중이 요즘 몸을 잘 만들었다. 그런데 외국선수 팔꿈치에 맞아 이빨이 빠졌다. 김현수도 참 공을 잘 돌렸다. 그런데 무릎이 안 좋은데 참고 뛰었다고 하더라. 결국 빠졌다”며 혀를 끌끌 찼다.

현재 KT는 가드를 볼 수 있는 선수가 없는 상황. 주포 조성민(30)의 부담이 너무 크다. 하는 수없이 2군에서 올라온 김우람에게 개막전 선발이란 중책을 맡겼다. 조성민은 최대한 아끼기 위해 선발에서 뺐다. “선수가 없어 선수가...그나마 몸이 괜찮은 선수가 조성민”이라는 전창진 감독의 푸념은 전혀 허풍이 아니었다.
이런 스승의 마음을 알았을까. 조성민은 감독의 기대에 120% 보답했다. KT가 10-24로 끌려가던 1쿼터 중반 조성민은 7득점을 몰아넣으며 추격에 불을 지폈다. 1쿼터 종료부저와 동시에 터진 3점슛은 깨끗하게 림을 갈랐다. 2쿼터 종료 시에는 하프라인 부근에서 던진 슛까지 꽂았다. 엄청난 집중력이었다. 어느새 KT는 36-32로 전세를 뒤집었다.
후반전 조성민은 앤서니 리처드슨에게 공격을 일임하고 포인트가드 역할까지 소화했다. 가드가 없는 사정상 볼핸들링이 좋은 조성민이 여러 가지 포지션을 소화해줘야 하는 입장. 조성민은 후반에만 6개의 어시스트를 배달했다. 이날 조성민이 올린 8개의 어시스트는 프로데뷔 후 한 경기 개인최다기록이었다. 덕분에 리처드슨(33점, 3점슛 4개)은 후반에만 22점으로 펄펄 날았다. 조성민은 24점, 8어시스트, 5리바운드, 3점슛 3개로 활약했다.
경기 후 조성민은 “내가 들어가면 스피드가 떨어진다. 대신 경기운영에 신경을 썼다. 처음 포인트가드를 맡을 때 뻑뻑한 느낌이었다. 그런 걸 없애려고 많이 움직였고 찬스를 만들려고 노력했다. 어시스트를 8개나 했는지 지금 알았다”며 웃었다.
추격의 신호탄이 된 버저비터에 대해선 “1쿼터 끝나고 제 슛을 쐈다. 2쿼터에는 어떻게 해서든 득점을 해야 되겠다 싶었다. 운이 좋게 들어갔다. 오늘 다들 집중을 했던 경기라 투지가 빛났다. (김)도수 형, (송)영진이 형, (오)용준이 형이 많이 도와줬다”며 공을 돌렸다. 
뜻밖의 승리에 신이 난 전창진 감독은 “예상외로 대승을 거뒀다. 성민이 덕분에 이겼다”면서 만면에 미소를 지었다. 이어 “김우람과 조성민에게 부하가 크다. 빨리 부상선수들이 돌아와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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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민 / KBL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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