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PO] ‘1463일 만’ 이재우, 투지의 호투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3.10.13 10: 30

타선 지원은 받지 못했으나 선발로서 기대 이상의 호투를 펼쳤다. 그의 포스트시즌 등판은 2009년 SK와의 플레이오프 3차전 이후 1463일 만이었다. 두 번의 팔꿈치 수술과 재활로 은퇴 위기까지 몰렸던. 그저 잠실 마운드에 서도 고마울 것 같다던 이재우(33, 두산 베어스)는 팀이 2연패 후 2연승을 해내는 데 숨은 공신이 되었다.
이재우는 지난 12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넥센과의 준플레이오프 4차전 선발로 나서 5⅔이닝 동안 72개의 공을 던지며 5피안타 3사사구 1실점한 뒤 0-1로 뒤진 6회초 2사 1,3루서 데릭 핸킨스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핸킨스가 위기에서 강정호를 3구 삼진으로 처리하며 이재우의 1실점 호투가 그대로 지켜졌고 6회말 최재훈의 역전 투런, 핸킨스-더스틴 니퍼트가 상대 투수진을 잘 매조진 덕택에 팀은 2연패 후 2연승에 성공했다.
특히 불과 2년 전만 해도 팔꿈치 수술 후 재활 과정에서 인대가 다시 끊어져 은퇴를 고민하기도 했던 이재우가 5이닝 이상을 던지며 계투진을 아낄 수 있는 호투를 펼쳤다는 점은 분명 값졌다. 포스트시즌 마운드를 지키고 있다는 자체가 이재우의 선수 생활에는 엄청난 힘이 되기 때문이다.

2000년 훈련보조 및 기록원을 맡는 신고선수 신분으로 두산을 노크했던 이재우는 이듬해 정식 선수로 등록된 뒤 2000년대 중후반 두산 투수진에 없어서는 안 될 선수로 활약했다. 2005년 28홀드로 홀드왕 타이틀을 따내며 100이닝 가까이(99⅓) 소화, 투혼의 역투를 펼쳤고 2008년에는 계투 11승을 거뒀다. 2009년에는 두산이 자랑하던 계투 KILL 라인 맏형으로 자리를 지켰으나 2010년 자신의 두 번째 등판서 팔꿈치를 다치며 자취를 감췄다.
이후 이재우의 야구 인생은 2년 반 동안 어둔 터널을 지나야 했다. 2010년 8월 미국 LA에서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을 받았던 이재우는 이듬해 6월 재활 막바지에 접어들다 다시 인대가 끊어지는 불운을 맞았다. 재활 후 실전 등판서 인대가 다시 끊어지는 일은 있어도 재활 중 인대가 끊어진 것은 다른 리그에서도 거의 없는 일이라 첫 수술을 집도한 병원 측에서는 재수술에 난색을 표했다. 결국 이재우는 2011년 7월 국내에서 다시 수술대에 올랐다.
수술은 두 번이지만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은 적어도 1년 가량의 재활이 필요하다. 그만큼 이재우는 2년 이상의 시간을 재활로 보내야 했다. 2억원까지 올라갔던 그의 연봉도 어느새 8500만원까지 반 이상 깎여나갔다. 열심히 재활하며 이재우는 “잠실 마운드에 오를 수 있다면 소원이 없을 것”이라며 간절한 마음을 보여줬다.
그리고 올 시즌 이재우는 페넌트레이스서 30경기 5승2패 평균자책점 4.73으로 1차 재기에 성공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팀의 운명이 달린 4차전서는 역전의 발판이 된 1실점 호투를 펼쳤다. 승리 투수는 되지 못했으나 이재우가 초반 일찍 무너졌다면 두산은 4차전을 끝으로 올 시즌을 끝냈을 지 모른다. 그만큼 이재우의 호투는 값졌다.
경기 전 이재우는 선발 통보 후 “인생 뭐 있나. 그저 열심히 던질 뿐이다”라며 초연한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볼을 남발하지 않는 호투를 펼치며 팀 승리 발판을 마련한 뒤 주위의 칭찬에 “그저 감사할 따름”이라며 기뻐했다. 많은 이야기를 하지 않았으나 이재우가 던진 공은 단순한 공이 아니라 선수로서 존재 가치를 알리는 천금의 공이었다. 그리고 그 호투는 팀에게 리버스 스윕이라는 희망의 가능성을 던졌다.
farinelli@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