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언킹’ 오세근, 50% 몸으로 감출 수 없는 존재감
OSEN 서정환 기자
발행 2013.10.14 11: 00

상처를 입었지만 사자는 사자였다.
안양 KGC인삼공사는 13일 오후 잠실실내체육관에서 벌어진 2013-2014 KB국민카드 프로농구 서울 삼성 원정경기에서 78-88로 무릎을 꿇었다. 전날 동부에게 17점 차 대패를 당한 KGC는 2연패의 늪에 빠졌다. KGC는 오리온스, 전자랜드와 함께 최하위로 추락했다.
KGC는 초반부터 이동준(19점, 5리바운드)과 마이클 더니건(9점, 4리바운드)에게 골밑을 내줬다. 0-16으로 일방적으로 밀리며 시작한 경기는 어느새 20점차까지 벌어졌다. 팀에 2m 이상 장신이 아무도 없는 상황. 결국 이상범 감독은 아껴뒀던 오세근(26) 카드를 꺼낼 수밖에 없었다.

오세근의 등장만으로 KGC 골밑은 무게감이 달라졌다. 편안하게 슛을 던지던 이동준의 슈팅이 빗나가기 시작했다. 단지 오세근이 앞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위압감이 전해졌다. 기본적인 득점과 리바운드만 해주는데도 오세근은 기록을 척척 쌓았다. KGC는 비로소 공수의 안정을 찾아 추격을 개시했다.
문제는 오세근이 경기당 15분 내외만 뛸 수 있는 시한부 선수라는 점. 코트 위에 있을 때도 100% 몸이 아니다. 이동준을 앞에 두고 골밑슛을 시도하던 오세근은 공이 림에 맞고 튀어나오자 쓴 웃음을 지었다. 발목부상 여파로 신체균형이 맞지 않아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한 것. 한창 추격할 시점에 이상범 감독은 선수보호를 위해 오세근을 불러들였다. 벤치에 앉은 오세근은 입술을 꽉 깨물었다. 
기회를 노리던 오세근은 4쿼터 10분을 모두 뛰었다. 마퀸 챈들러와 2:2 플레이는 궁합이 좋았다. 챈들러(12점)와 오세근(7점)은 4쿼터에만 19점을 합작했다. 오세근은 16분 58초를 뛰며 11점, 6리바운드를 기록했다. 전날 동부전(15분 28초 출장, 8점, 야투율 20%)에 비해 모든 것이 좋아졌다.
경기 후 이상범 감독은 오세근에 대해 “50% 수준이다. 골밑에서 올라갈 때 발목에 힘을 못 준다. 예전엔 쉽게 넣을 슛도 못 넣고 균형을 잃는다. 감수할 부분이다. 외곽슛 타이밍을 놓쳐 안에서만 하려고 한다”고 분석했다. 긍정적인 부분도 있다. 이 감독은 “세근이가 몸이 안 돼 공격욕심은 안 부린다. (김)태술이가 와야 투맨게임을 하는데 챈들러와 세근이가 하는 실정이다. 다행히 둘이서 잘 맞아 또 다른 옵션이 생겼다”고 평가했다.
오세근과 맞상대한 이동준은 “몸이 좋아지면 더 잘할 것 같다. 팀이 세근이를 믿고 못 넣어도 계속 패스를 줘서 자신감 붙을 기회를 주더라. 전반에 못하다가 후반에 잘했다”면서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인삼공사의 성적은 오세근의 건강상태에 크게 좌우된다. 이상범 감독은 “오세근이 생각대로 가고 있다. 더 안 다치기만 바랄 뿐”이라며 제자를 염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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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실내체=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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