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되는 도돌이표를 만난 음악처럼 복수는 계속된다. 저마다 깊은 상처를 안은 이들은 모두 자신의 위치에서 누군가에게 아픔을 되갚아 주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 한 치 앞도 예상할 수 없는 전개를 보여주고 있는 MBC 주말드라마 '스캔들: 매우 충격적이고 부도덕한 사건'(이하 '스캔들')의 이야기다.
지난 13일 오후 방송된 '스캔들' 32회에서는 아들 장은중(김재원 분)의 정체를 의심하던 장태하(박상민 분)이 자신의 옛 아들이자 가짜 은중이었던 구재인(기태영 분)의 손을 잡는 모습이 그려졌다. 그동안 장은중에게 유리하게 돌아가던 싸움은 새 국면을 맞았다.
'스캔들'은 비교적 선과 악이 분명한 드라마다. 무서운 악행을 저지르는 장태하와 반대편에 선 힘 없는 하명근(조재현 분), 윤화영(신은경 분) 등이 끊임없이 대립한다. 그러나 이날 방송에서 하명근과 윤화영, 장은중이 응급실에서 다정한 모습을 보이는 순간, 그리고 그 모습을 본 장태하가 씁쓸한 마음을 삼키며 뒤돌아선 순간 장태하 또한 상처투성이 피해자 중 하나가 됐다. 무한한 신뢰를 쏟았던 장은중의 속내를 알아버리자 거대해 보였던 장태하의 뒷모습도 작고 나약하기 그지없었다.

이 뿐 아니라 '스캔들'에 등장하는 이른바 악역들은 각자 행동의 당위성을 가지고 있다. 자신이 있을 곳을 송두리째 빼앗아간 장은중을 끌어내리기 위해 야비한 인간으로 변해버린 구재인도, 첩이라는 설움을 딛고 딸 장주하(김규리 분)를 태하그룹의 주인으로 만들기 위해 장은중의 목숨까지 위협한 고주란(김혜리 분)도 각자의 상처를 안고 이를 치유하는 방법으로 악행을 택했다. 이는 악역들 뿐 아니라 장주하, 하명근, 윤화영 등의 '선한 편' 마찬가지다. 이들 또한 잘못을 저지른 적이 있는 무작정 선하기만 한 인물은 아니다.
이처럼 모두 다른 상처를 가진 인물들의 비극적인 복수가 계속되고 있다. 악이 그 행동에 의미를 찾을수록, 선이 악이 되거나 혹은 악이 선이 돼버렸을 때 그 비극은 더욱 극단을 향해 달린다. 장은중의 배신에 나약한 모습으로 구재인을 찾아간 장태하에게서는 '스캔들'이 보여주고 있는 서글픈 비극의 끝이자 또 다른 시작을 엿볼 수 있었다.
장은중에게 등을 돌린 장태하의 모습이 그려지며 '스캔들'은 마지막이 될 새 국면에 접어들었다. 총 36회로 기획된 이 드라마가 4회의 방송을 남기고 있는 가운데, 이 상처 가득한 인물들의 비극적인 복수극은 어떤 결말을 맞게 될지 궁금증을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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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캔들'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