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켈리 vs 잭 그레인키. 마이클 와카 vs 클레이튼 커쇼. 디비전시리즈 5차전까지 치른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는 챔피언십시리즈 1,2차전에 신예투수 두 명을 내세웠고, 4차전으로 마무리했던 LA 다저스는 원투펀치를 내밀었다. 선발의 무게추는 다저스쪽으로 많이 기울었지만, 카디널스의 두 신예도 전혀 밀리지 않았다.
카디널스는 홈에서 벌어진 챔피언십시리즈 1,2차전에서 모두 한 점차 승리를 거두면서 월드시리즈 진출에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챔피언십시리즈가 7전4선승제로 개편된 1985년 이후 먼저 2승을 거둔 팀이 시리즈에서 패한 건 1985년 다저스가 유일했는데 그때도 상대가 카디널스였다. 게다가 카디널스는 신인투수 두 명으로 사이영 상 수상자 출신의 원투펀치를 잡아내 향후 시리즈 선발싸움에서도 절대우위를 점하게 됐다.
경험이 일천한 켈리와 와카가 호투를 펼칠 수 있었던 건 우선 그들의 기량 자체가 뛰어난 것도 있지만, 타자들 바로 뒤에 앉아 모든 지시를 내린 포수 야디어 몰리나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올해 31살인 몰리나는 메이저리그 전체에서 가장 뛰어난 포수로 꼽힌다. 투수리드와 경기를 읽는 눈, 송구, 포구, 블로킹 등 포수로서의 모든 능력이 만점에 가까운데다가 최근에는 타격까지 일취월장, 중심타자로 활약할 정도다.

이번 챔피언십시리즈에서 몰리나의 진가는 다시 한 번 입증됐다. 몰리나는 경기 도중 몇 번씩 마운드에 올라가 투수를 다독였다. 원래 마운드를 자주 방문하는 편은 아니지만, 큰 무대에서 투수들을 안정시키기 위해서 다저스와의 시리즈에서는 경기당 10번 가까이 마운드를 찾았다. '내 미트만 보고 넌 공만 던지면 된다'라는 식으로 투수들을 안정시켰으며, 때로는 타구가 향할 가능성이 높은 포지션의 야수도 함께 불러 수비 위치를 조정하기도 했다. 그러면 높은 비율로 타구가 정말 거기로 향했고, 카디널스는 탄탄한 내야수비로 다저스를 묶어놓을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다저스는 2경기동안 단 한 번도 도루를 시도조차 하지 못했다. 앞선 포스트시즌에서 이미 여러번 위력을 발휘한 몰리나의 어깨에 다저스는 도박을 시도하지 않았다. 1차전 8회 아드리안 곤살레스를 대신해 1루에 나간 대주자 디 고든도 기회만 엿보다가 결국 뛰지도 못하고 야시엘 푸이그의 내야땅볼 때 2루에서 포스아웃되고 말았다.
신인투수를 끌고가는 데 탁월한 능력을 보여줬던 몰리나는 반대로 상대 신인타자를 손바닥 위에서 갖고 놀았다. 디비전시리즈에서 맹활약을 펼친 '겁없는 신인' 야시엘 푸이그를 10타수 무안타 6삼진으로 완벽하게 묶은 것이다. 특히 2차전에서는 4번타자로 나선 그를 4타수 무안타 4삼진으로 봉쇄하며 1-0 승리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몰리나는 공격적인 성향인 푸이그를 상대할 줄 알았다. 2차전 후 돈 매팅리 감독이 "몰리나는 푸이그 바로 뒤에 앉아 마치 요요를 갖고놀듯 다뤘다. 변화구를 보여주더니 빠른 공으로 방망이를 유인하고, 또 변화구로 타이밍을 빼앗았다"라고 패배를 인정할 정도였다.
2년 전 카디널스는 푸홀스와의 계약을 포기하면서까지 몰리나를 붙잡았다. 메이저리그 최강의 타자를 포기하게 할 정도로 몰리나가 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다. 벼랑에 몰린 다저스가 남은 시리즈에서 역전에 성공하려면 몰리나를 넘어야만 한다. 몰리나에 몰렸던 다저스가 안방에서 어떤 해답을 들고 나올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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