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호의 18.44m] 'BEAT LA' 대신 환성만, 신사적인 부시 스타디움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3.10.14 06: 22

미국 미주리주에 위치한 세인트루이스 시는 과거 수운(水運)이 발전했을 때는 미국에서도 손꼽는 대도시 가운데 하나였다. 그렇지만 도시의 규모는 점점 작아져만 갔고, 이제는 인구가 32만명(시계인구 기준, 도시권은 270만명)까지 줄어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홈구장인 부시스타디움은 관중들로 가득하다. 모두 11번의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 내셔널리그에서 가장 많은 챔피언 반지를 보유하고 있는 팀답게 충성심과 자부심으로 가득한 팬들을 보유하고 있다. 올해도 평균 4만1602명의 관중을 기록, LA 다저스에 이어 2위를 기록할 정도다.
이번 챔피언십시리즈도 연일 만원을 기록할 정도로 카디널스 팬들은 팀에 대한 애정을 보여줬다. 그리고 선수들은 LA 다저스를 상대로 2연승을 거두며 팬들의 무한 사랑에 보답했다. 카디널스 팬들은 붉은 티셔츠를 입고 흰 손수건을 흔들며 승리의 기쁨을 마음껏 즐겼다.

카디널스 팬들이 인상적이었던 건 뜨거운 응원만 있었다는 점이다. 상대팀 선수에 야유를 보낼 바에는 카디널스 선수들에게 응원을 하는 편이 낫다는 것처럼 좀처럼 야유를 듣기 힘들었다. '안티 LA 레이커스'로부터 시작돼 지금은 야구에까지 번진 'Beat LA(LA를 부수자)'도 부시스타디움에는 울려퍼지지 않았다. 물론 카디널스의 상징인 홍관조가 부리로 쪼고 있는 'Beat LA' 티셔츠는 구장 매점에서 판매되고 있었지만, 실제로 그 옷을 입고 다니는 관중을 보기는 힘들었다.
상대에 대한 야유는 응원문화에 있어서 중요한 줄기를 차지한다. 다저스 라이벌인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홈 구장인 AT&T 파크는 다저스와의 경기만 있으면 3시간 내내 'Beat LA'가 울려퍼지고, 다저스가 디비전시리즈에서 만났던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홈 구장인 터너필드도 마찬가지였다.
상대 선수가 소개될 때도 마찬가지였다. 시리즈 시작에 앞서 구단 스태프와 전 선수들은 한 명씩 호명되면 그라운드로 뛰어나와 팬들에게 인사를 한다. 어디서나 야유를 받던 다저스 선수들은 적어도 부시스타디움에서는 무사했다. 카디널스 팬들은 돈 매팅리 감독이 소개되자 오히려 박수를 치기도 했고, 과거 카디널스에서 뛰었던 닉 푼토와 스킵 슈마커에 대해서는 열렬한 박수로 반겼다.
그래도 야유를 받은 선수가 있었으니 야시엘 푸이그다. 카디널스 팬들은 유일하게 푸이그가 나오자 야유를 했다. 그것도 시리즈 시작 전 딱 한 번이었을 뿐, 경기 중 타석에 들어설때는 카디널스 투수와 야수들에 환호를 보내기에 바빴다.
 
이처럼 신사적인 카디널스 팬들이지만 여전히 알버트 푸홀스에 대한 섭섭함과 배신감은 떨쳐내기 힘들었나보다. 카디널스를 대표했던 강타자 푸홀스는 지난해 LA 에인절스로 자리를 옮겼다. 여전히 '5 푸홀스'라는 유니폼을 입고 다니는 팬들이 보였지만, 숫자 5는 직선 하나로 '$'로 바뀌어 있었다. 돈을 좆아 카디널스를 버렸다는 아쉬움의 표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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