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희, 껍데기 벗고 알맹이를 보여주다…It's me[인터뷰]
OSEN 박현민 기자
발행 2013.10.14 08: 37

전 애프터스쿨의 카리스마 리더, 가희가 솔로앨범 '후아유(Who are you)?'로 가요계 컴백했다. 솔로로서 대중 앞에 나선 건 이번이 두 번째지만, 앞서 2011년 음반이 애프터스쿨에 속해있던 당시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번이야말로 오롯이 혼자다.
"비장한 각오로 나왔을 거란 시선이 많던데, 오히려 반대예요. 힘을 모두 뺀 내추럴한 나를 보여주자, 억지로 꾸민 껍데기 보다는 속알맹이를 내비치듯 활동하자, 그런 마음으로 돌아왔어요. 다행히 앨범도 그렇게 잘 나왔고요."
인터뷰를 위해 합정동 OSEN을 방문한 가희는 그를 수식하는 '센언니', '섹시디바'의 이미지가 아닌 차분하고, 자연스러움이 한껏 묻어났다. 설명을 듣고보니 앨범의 그것과 묘하게 닮아있는 분위기다.

의외라는 시선이 짐짓 어색했는지, "그래도 안무에는 그나마 강한 느낌이 묻어나서 어느 정도는 조화를 잘 이룬 것 같다"는 설명을 덧붙이며 멋쩍게 웃는다.
그간 애프터스쿨을 졸업했던 멤버들 중 유일한 솔로 첫발이라는 점에서 현 애프터스쿨 멤버들과 소속사인 플레디스 입장에선 의미가 남다를 수밖에 없을 터. 활동 중에도 강렬한 카리스마와 완벽한 퍼포먼스, 타고난 건강 섹시미로 단연 돋보였던 그다.
"애프터스쿨과 지금의 솔로 활동을 연장선상에 놓고 생각해본 적은 없어요. 따로 떼놓고 생각했거든요. 처음으로 솔로로 대중 앞에 섰을 때도 돌아갈 곳이 있다고 안이한 생각을 했던 덕은 없어요. 무엇보다, 결과보다 즐기면서 하자는 마음이 컸죠. 지금도 그렇고요. 성적까지 좋으면 너무 감사하고 기쁘겠지만요."
많은 이들은 가희가 홀로서기로 '섹시디바'로 거듭날 것이라 여겼다. 예측은 빗나갔다. 솔로 데뷔곡 '돌아와 나쁜 너'도 이번 앨범 타이틀곡 '잇츠미(It's me)'도 파격적인 섹시가 부재다. 의외다.
"섹시는 2가지가 있어요. 여성성을 강조한 섹시, 차갑고 딱딱해보이지만 은연중에 흘러나오는 섹시, 이렇게 2가지요. 예를 들면 전자가 란제리에서 드러나는 섹시라면, 후자는 제복에서 풍기는 섹시죠. 굳이 꼽자면 전 후자쪽이에요. 굳이 남들처럼 노출에 의지한 섹시를 택하고 싶지 않았죠."
가희가 '후아유?'를 통해 보여주고 싶었던 건 있는 온전히 그대로의 자기 자신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이게 나'라고 건네는 '잇츠미'를 타이틀곡으로 택했던 걸까.
"억지로 멋부리지 않기, 껍데기를 걸치지 않은 자연스러움, 군더더기를 걷어내고 많은 것을 내려놓기…처음 이 콘셉트를 말했을 때 스태프들이 다들 난감해 했어요. 다들 '그게 제일 어려운 거'라며 말렸죠. 지금 결과물요? 만족해요.(웃음)"
가희가 택한 자연스러운 알맹이는 노래, 무대, 콘셉트로 고스란히 반영돼 대중을 마주했다. 이 모든 게 하나처럼 물 흐르듯 이어졌다. 뮤직비디오도 예외는 아니다. 저 멀리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담아온 영상은 강약없이 무심하듯, 무던하게 흐른다.
"여성 혼자만의 여행이에요. 홀로 여행을 떠나고 싶은 여자들이 많지만, 여건상 그렇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그런 여성들의 대리만족이랄까요."
음반에 대한 반응은 좋았다. '역시 가희', '이런 건 가희밖에 못해', '노력이 드러난 앨범' 등의 호평이 그에게 힘을 보탰다. 직접 작곡가를 만났고, 피처링도 섭외도 직접 나서는 등 오랜기간 앨범에 쏟아부은 노력이 헛되지 않았다고 스스로를 다독였다.
"유명 작곡가에게 최근 트렌드에 맞는 노래로 힘을 실을 수도 있었겠죠. 근데 신선하고 재밌는 노래를 찾기 위해 신인 작곡가들을 만나서 다양한 작업을 시도했어요. 수록곡 전 곡을 초이스했고, 작사를 비롯해 이미지, 콘셉트 등 많은 부분에 직접 관여했죠. 그런 점에서 이번 '후아유'는 개인 만족도가 높아요."
네오네시(Neonethy), 앨리스스카이(故 로티플스카이), Mister Rocks & Anthony Mills, Jessie J, Curtis Richardson, Paulo Mendaco, Scott Hellowell 등 신선한 작곡 라인업, 그리고 스윙스, 덤파운디드, Dok2, 베카, 윤도현 등으로 이어지는 화려한 피처링 군단은 그의 노력과 땀이 일궈낸 성과였다.
그룹에서 솔로 여가수로, 아이돌에서 아티스트로 거듭나는 길목에서 그는 뮤지션이 보여줘야할 음악성과 댄스가수들의 그것보다도 더 완성도 높은 퍼포먼스로 음악팬들의 욕구를 충족시켰다. 오랜 준비과정, 다양한 장르의 포용, 그가 이렇듯 쏟아낸 결과물로 딛고 나아갈 그의 길이 궁금했다.
"요즘 가요계엔 아이돌이 너무 많고, 완성도도 굉장히 높아요. 전 거기에 껴서 경쟁할 수 없다는 걸 충분히 잘 알고 있어요. 그저 제 위치에 맞는, 억지스럽고 끼워맞추기식 무대가 아닌, 편하게 즐길 수 있고 저만 할 수 있는 포지션을 구축하고 싶어요. 그게 제가 갈 길이고, 앞으로의 목표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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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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