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모든 이야기는 사랑에서 시작하고 사랑으로 이어지며 사랑으로 끝을 맺는다. 그렇게 우리는 또 다른 사랑을 꿈꾸며 더 많은 사랑을 찾는다. 사랑으로 감싸 안는 힐링이 절실한 시대이다. 누구나 힐링을 얘기하지만, 정작 사회의 힐링을 지향하는 책은 드물다. 깊어가는 2013년 가을에 개인이 아닌, 병적인 사회의 치유의 길을 일깨워주는 책이 출간됐다.
일간지 기자인 장상용 씨의 (21세기북스)이 바로 그것이다. 은 단순한 사랑노래를 읊은 책이 아니다. 책 이름에 ‘사랑’이라는 보통명사에 굳이 ‘책’을 갖다 붙인 까닭은 이 책이 그야말로 ‘사랑에 이르는 숱한 길’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저자는 “위로와 힐링이 한동안 이 땅에 사는 이들의 공감을 얻었다. 우리가 내딛는 한 발이 천길 아래의 크레바스 같은 알 수 없는 세상이 됐다. 모두 무거운 수레를 끄는 말처럼 고단한 삶 속에 놓여 있다”면서 “위로와 힐링은 상처받은 이를 치유하는 사후적 개념이다. 우리사회엔 사후 처방보다 사전 처방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 사전 처방이 바로 사랑이다.
‘사랑은 인간의 마음을 황폐하게 하는 독감이 휩쓸 때 우리를 지켜주는 백신 같은 존재’로 그는 사랑을 규정한다. 그렇다고 사랑을 일정한 틀 안에 가두어 놓지는 않는다. ‘사랑은 힐링이나 강력한 법보다 오히려 먼저’이고, ‘지금 이 순간에도 당신의 눈빛과 말 한마디, 격려와 용서를 절실히 기다리는 누군가가 있으므로’ 누군가의 심장에서 영혼의 촛불로 빛날 수 있기를 그는 소망한다.
그가 고전과 현대, 동, 서양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낱낱의 사례로 우리를 치유의 길로 들어서게 하는 ‘사랑의 묘약’은 가슴 뭉클하게 다가오고, 때로는 잔잔한 공감을 안겨준다. 은 사랑의 본질을 파고들면서도 결코 평범하지 않은 사랑 이야기를 소곤소곤 전해준다. 삶에 흔들리고 가슴 한 구석이 아플 때 우리 곁에서 함께 해줄 책이다.
‘사랑의 상실, 대상에 대한 무관심, 그 권태야말로 모든 우리들의 무덤’이라는 시인 김지하의 말이 21세기의 속살을 아프게 비집고 들어온다.
, 의 저자인 장상용이 신작으로 펴낸 은 사랑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통해 사랑의 본질과 가치에 대해 성찰해 볼 수 있게 한다.
연인 간의 사랑, 가족 간의 사랑, 소외된 사람들에 대한 사랑, 자연에 대한 사랑, 인류에 대한 사랑, 용서, 믿음, 소통 등 여러 가지 모습의 사랑이 사람을 살리고 세상을 구원하는 기적이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문학인이면서 스토리텔링 전문가인 저자는 소설 , , , 시 , , 공연 , 등 다양한 장르의 문학 작품을 통해 나 자신을, 주변을, 세상을 더 치열하게 사랑했는지 독자에게 묻는다.
‘오직 사랑’이라는 저자의 메시지는 책 속에서 시종일관 굳건하다. 다른 책들보다 꾸밈없고, 대담하고, 경쾌하게 일과 사랑, 삶과의 함수관계를 들여다보는 이 책의 시선과 마주칠 때, 세상 속에서 의미를 찾고 당당하게 걸어 나갈 수 있는 힘과 지혜를 얻게 될 것이다.
저자는 여자 친구에게 편지를 쓸 때면 “작은 들꽃에게”라며 서두를 열었던 사람, 사람들이 밤 산책을 하며 오가는 호수 한쪽에서 러시아 시를 아내의 생일 선물로 멋들어지게 낭송할 수 있는 사람, 이른 새벽마다 써야 할 글들이 가득 차서 머릿속이 아이 어미의 젖이 도는 젖가슴처럼 되는 것 같다며 책상머리에 앉는 사람으로 자처한다.
다양한 지식과 깊은 소양으로 역사, 문화, 문학을 횡과 종으로 엮어내는 그는 어느 날 “이제 힐링은 그만해야 해, 상처받고 고치기보다는 사랑으로 예방을 해야 하지 않을까?” 하며 시작한 책이 이다.
방송인 손미나 씨는 “사랑은 인간 삶의 본질이자 존재 이유이며 인류 역사와 문화 예술의 근원이다. 그럼에도 사랑이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에 제대로 답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라는 물음을 던지며 “현실과 마주하다 보면 많은 이들이 사랑 따위는 사치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런데 남자, 게다가 신문기자인 저자가 우리에게 사랑에 관한 철학을 풀어놓으며 위로의 손을 내민다. 매력적이다. 재미있다. 어쩌면 지금 우리에게 꼭 필요한 이야기들일 지도 모르겠다.”고 추천의 글을 이 책에 실었다.
주철환 JTBC PD는 “좋은 책을 읽는 건 내게 등산이다. 올라갈 땐 힘이 들지만 내려올 땐 힘이 난다. 책장을 넘길 땐 손이 움직이지만 잠시 덮고 쉬어갈 땐 마음이 꿈틀거린다. 이 책이 그렇다. 기자란 ‘기록하는 자’란 뜻인데 저자는 ‘기뻐하는 자, 기도하는 자’에 더 가깝다. 그가 알뜰하게 가꾼 동산을 오르내리다 보니 저절로 사랑노래가 나온다.”고 추천했다.
저자는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러시아어 전공하고 동대학원에서 러시아 문학 석사를 받았다. 현재 계간 시 잡지 에 에세이 연재하고 있다. 그의 저서로는 , , , , ,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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