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판시키지 않으려 했다. 그러나 선수 본인이 팀을 위해 뛰고 싶다고 자청을 하더라”.
3년 간 그는 팀원들과 함께 하기 위해 많이 노력했고 그만큼 책임감이 컸다. 단순한 외국인 선수 한 명이 아니라 어느새 없어서는 안 될. 국내 선수급 책임감과 성품을 지녔다. 두산 베어스 에이스 더스틴 니퍼트(32)는 준플레이오프 최종전에도 긴박한 순간 마운드에 오를 것인가.
니퍼트는 지난 12일 잠실에서 열린 넥센과의 준플레이오프 4차전에 2-1로 앞선 8회초 데릭 핸킨스의 바통을 이어받아 2이닝 1사사구 무실점으로 세이브를 따냈다. 첫 타자 이택근을 볼넷으로 출루시키며 스타트를 불안하게 끊었으나 동요되지 않고 과감히 자신의 공을 던지며 팀의 한 점 차 신승을 지켰다.

사실 니퍼트의 4차전 계투 등판은 코칭스태프의 계획과는 상충된 전략이었다. 경기 전 김진욱 감독은 “니퍼트와 유희관의 4차전 계투 등판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선발로 반드시 등판시켜야 할 확실한 카드였기 때문. 그러나 니퍼트는 “한 번만 더 지면 우리 팀의 시즌이 끝난다. 그리고 나는 팀에 빚 진 것도 있다. 어떻게든 내가 필요할 때는 출격할 준비가 되어 있다”라고 밝혔다.
이유가 있었다. 니퍼트는 지난해 롯데와의 준플레이오프 4차전서 선발 김선우-계투 변진수의 무실점 릴레이를 잇기 위해 8회말 계투로 등판한 바 있다. 그러나 생각과 달리 아웃카운트 한 개만을 잡고 4피안타 3실점으로 3-0 경기를 3-3 동점으로 이끌고 말았다. 결국 이날 두산은 3-4로 끝내기 패배를 당했고 니퍼트는 경기 후 포수 양의지, 마무리 스캇 프록터와 함께 서로 패배가 자신의 탓이라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뿐만 아니라 전반기서 이미 10승을 거뒀던 니퍼트는 올 시즌 후반기 돌입과 함께 부상으로 인해 두 달 가까이 등판하지 못했다. 표면적 이유는 등 근육통이었으나 속내를 살펴보면 한국에 오기 전부터 고생했던 견갑골 석회화 증세로 인한 것이다. 첫 2년 간 이닝이터로 공헌한 것이 있어 납득이 가는 부상이었으나 선수 본인은 자신의 결장으로 인해 팀이 힘든 레이스를 치른다는 데 대해 굉장히 미안해했다. 4차전에 꼭 나가겠다고 고집을 부렸던 이유는 바로 1년 전과 올해 팀에 대한 미안함이 있었기 때문이다.
니퍼트의 5차전 투입 여부에 대해 4차전을 마친 후 김 감독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한 번 더 지면 두산은 그대로 2013시즌을 마치게 된다. 넥센도 마찬가지 상황이 되었기 때문에 양 팀이 절박한 위기에서 엄청난 집중력을 발휘할 가능성이 크다. 다소 무리가 되더라도 가능한 모든 카드를 다 쏟아붓는 총력전이 불가피하다. 따라서 니퍼트가 리드 상황 혹은 1~2점 차로 뒤지고 있을 때 추격조 롱릴리프로 나설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
선발 에이스로 뛰었던 만큼 이닝 소화력은 이미 검증된 니퍼트다. 더욱이 아프지 않는 한 자신이 해야 한다 싶을 때는 원하는 바를 관철해 1차 목표라도 이루던 니퍼트의 성격을 감안하면 5차전 등판은 사실상 확실시된다. 한 번만 지면 끝나는 상황에서 LG와의 플레이오프를 미리 준비하려고 니퍼트를 아낀다는 자체가 어떻게 보면 사치일 수 있다.
좋은 선수이자 좋은 사람인 니퍼트. “우리가 단순히 포스트시즌에 오르자고 시즌을 치르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 선수가 팀 구성원으로 추구할 수 있는 가장 큰 목표를 이루기 위한 것”이라며 시즌 개막 전부터 각오를 불태우던 니퍼트는 5차전에서도 투혼의 계투를 펼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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