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하선 “‘투윅스’, 연기 고팠던 나를 힐링했다”[인터뷰]
OSEN 정유진 기자
발행 2013.10.14 14: 27

배우 박하선은 “연기가 너무 고팠다”며 ‘투윅스’ 이전의 상황을 설명했다. MBC 시트콤 ‘하이킥-짧은 다리의 역습’에서 귀엽고 사랑스러운 ‘박선생’ 역으로 많은 사랑을 받아 그 여운이 아직 가시지 않은 때였다. 이후 주연으로 활약한 KBS 2TV 드라마 ‘광고천재 이태백’은 내부적으로나 외부적으로나 여러모로 아쉬움이 많았던 작품이었다. 대본을 구해 보던 차에 ‘투윅스’를 만나게 됐고 후루룩 읽히는 요술 같은 매력에 빠져버렸다. 이미 “더 어리고 예쁜 친구”가 물망에 올라있다는 소문을 들었지만, 그길로 제작진과 약속을 잡고 작품을 분석한 리포트를 써서 작가와 감독을 만났다.
“사실 소현경 작가님 작품을 너무 해보고 싶었어요. 그래서 일단 한 번 가보자는 생각이었죠. 제 자신에 대해 보여드릴 게 없어 ‘잘 할 수 있을까’ 고민하실 것 같아서 리포트도 써 갔어요. 제 캐릭터를 분석하고 제출했죠. 그리고 작가님께 ‘제가 꼭 해야 한다’고 얘기를 하다가 울어버렸어요. 한창 연기가 고팠던 때라 그랬나 봐요. 좋은 작품은 흔치 않으니까, 너무 하고 싶다고, 원한다고, 연기가 고프다고 말씀드렸어요. 어쨌든 이야기가 끝나고 나선 왠지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해서 작가님께 그냥 ‘힐링하고 갑니다. 팬이었고, 얘기를 하고 싶었어요. 작가님을 직접 만난 것만으로도 영광입니다’라고 인사를 드리고 나왔어요”

지난 26일 종영한 MBC 수목드라마 ‘투윅스’에서 박하선은 살인자 누명을 쓰고 도주극을 벌이는 장태산(이준기 분)의 옛 연인이자 그의 딸 서수진(이채미 분)의 엄마 서인혜 역을 맡았다. 방송 초반 아직 엄마 역을 하기엔 이른 감이 있지 않느냐는 시선들이 있었지만, 박하선은 진한 모성애 연기로 호평을 받았다.
“중간에 ‘멘붕’이 한 번 왔었어요. 중간에 작가님이 ‘인혜야 잘 하는데 좀 더 했으면 좋겠다’라고 하셨거든요. ‘이건 선생님들도 100% 하기 어려운 것인 것 안다. 그래도 조금 더 해 달라’로 하셨어요. 시청자들 반응에도 ‘우중충하다’ 같은 의견이 보이고. 모르겠더라고요. 최선을 다 하고 있는데 그게 안 보이는 것 같아서 힘들었어요. 그런데 그런 고민을 작가님께 장문의 문자로 보내드렸더니 작가님이 전화를 하시고는 웃으셨어요. ‘리딩 때보다 잘하고 대본 많이 본 게 티가 난다. 어차피 도마 위의 생선이다. 이렇게 여려서 어떡하느냐. 모두를 다 충족시킬 수 없다. 잘하고 있으니 하려고 했던대로 밀고 나가라. 일희일비 하지 마라’라고 격려를 해주셨죠. 그게 힘이 많이 됐어요”
극 중 딸 역할을 맡은 아역배우 이채미와는 실제 모녀처럼 다정하게 지냈다. 다른 아역배우들과는 달리 이채미가 낯을 많이 가리는 성격이라 처음에는 노력이 필요했지만 이제는 박하선을 가장 좋다고 얘기할 정도로 따른다고.
“헤어질 때 너무 아프더라고요. 진짜 딸처럼 따랐었거든요. 아이가 낯을 가리는 성격인데 친해지면 먼저 다가오고 그래요. 저한테만 다가와요. 그런 희소성(?)이 있는 아이죠. 이제는 다른 엄마한테 보내야 하네요. 많은 엄마들을 만나겠죠? 그래도 지금은 제가 제일 좋대요”
박하선은 이채미가 아이가 아니라 진짜 여배우 같다며 혀를 내둘렀다. 평소에는 수줍음이 가득한 꼬마지만 연기할 때는 애교 많은 수진이로 완벽하게 바뀌어버려 놀랄 때가 많았다고. 두 사람이 친해진 데는 산낙지(?)의 도움이 컸다.
“(이채미와) 쉬는 날이 비슷했어요. 계속 보고 싶더라고요. 애가 밥을 잘 안 먹어서 말랐어요. 소품 밥도 잘 안 먹고 촬영 끝나면 바로 뱉어내요. 그런데 산낙지를 좋아한다고 해서 같이 먹으러 갔더니 장도 안 찍고 산낙지 한 접시를 먹더라고요. 너무 신기했어요. 익숙해지니 피자 파스타도 잘 먹고 같이 애니메이션도 보고 장난도 치고 놀았죠. 사실 아역들은 애교가 많아 친해지기가 쉬워요. 그런데 수진이는 오히려 그렇지 않아 안쓰럽기도 하고 더 친해지고 싶었어요. 참 순수하고 아이 같아요”
함께 했던 배우 이준기, 류수영과도 친하게 잘 지냈다. 특히 류수영과는 소속사끼리 친한 편이라 ‘투윅스’ 이전에도 배역에 추천을 해주는 등 남다른 인연이 있어 편하게 촬영을 할 수 있었다.
“복이 터졌죠. 두 분이 달랐어요. 편한 오빠는 수영 오빠였고, 준기 오빠는 혼자 장난치는 걸 보는 재미가 있어요. 수영오빠가 ‘넌 좋겠다. 너는 우리 둘 한테 사랑받잖아. 난 너한테 줄 수  밖에 없잖아. 기분 별로다’라고 장난을 치신 적이 있어요. 그래서 오빠도 나중에 그런 역 하라고 말했는데(웃음) 드라마 찍을 때 두 사람한테 사랑 받는 역은 참 매력 있어요. 실제론 한 사람한테 사랑받기도 힘든데…요새는 적극적인 사람이 없잖아요? 대리 만족을 했죠”
실제 박하선이었다면 누굴 택했을까? 그는 “기댈 수 있는 임승우(류수영 분)”라고 말했다. 촬영 중 임승우에게 이별을 고해야 하는 상황에선 배역에 몰입한 상태에서 주체 못할 정도로 울어 버려 주변을 당황케 했다고. 인혜의 입장에서 자신을 4년간 지켜온 승우를 버리는 게 너무 미안한 마음이 들었단다.  
“오빠도 ‘너 왜 그러냐’더니 나중엔 자기도 이런 걸 오랜만에 느껴본다고, 변기 잡고 울었다고 하더라고요.(웃음) 정말 주체가 안 됐어요. 실제라면 아마 승우를 택하지 않았을까요? 사실 이건 초반부터 생각해 본 문제인데 어려운 것 같아요. 승우를 버리기엔 4년간 곁을 지켜줬고, 또 승우를 택하기엔 태산이도 너무 좋아하는 사람이고. 태산이는 모성본능을 끌어내고 승우는 기대고 싶은 매력이 있죠”
청순가련의 대명사로 사랑받았지만, 실제 박하선은 털털하고 자기주장이 확실한 스타일이다. 배역에 대한 목마름은 없느냐고 물었더니 “늘 새로운 역할을 해보고 싶다”는 열정이 엿보이는 리스트를 펼쳐놓았다.
“긴 머리를 확 커트해보고 싶기도 하고, 남자 같은 여자를 해보고 싶기도 하고. 늘 얘기하는데 잘 안 되는 액션 장르도 도전해보고 싶고 ‘텔미 썸딩’의 심은하 선배님이 맡은 역할도 해 보고 싶어요. 착한 건 ‘동이’로 정점을 찍었으니까, 사극을 한다고 해도 좀 더 강하거나 진취적인 역을 해보고 싶어요. 또 제가 나이가 아직은 어린 편인데 성숙하게 보시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다시 밝은 트렌디드라마를 해보고 싶기도 해요. 내공이 좀 더 쌓이면 ‘커피 프린스’의 한유주처럼 성숙미 있는 연기도 해보고 싶고요”
‘하이킥-짧은 다리의 역습’이 끝난 후 박하선은 큰 후유중을 겪었다. ‘투윅스’는 그런 후유증을 치유해준 고마운 작품이었다.
“‘하이킥’이 끝나고 힘들었어요. 내 세상이 없어진 것 같고, 정말 끝까지 갔다는 생각이 들었죠. ‘하이킥’을 하면서 너무 다 보여주는 거 아니냐?는 질문 너무 많이 받았었거든요. 그 때 나보다 더 많이 보여줘? 그럼 나를 깨고 더 보여주자는 생각에 정말 다 쏟아부었어요. 그러고 나니 허하고, 다른 걸 해야 하나 싶을 정도로 너무 지쳤죠. 주목을 받고 인지도 생기니까 남들의 시선도 신경이 많이 가고, 오해도 많이 사고…(생략) ‘투윅스’를 하면서 힐링이 됐어요. 과거처럼 내 자신을 힘들게 하면서 안 해도 웃으면서 순간 집중해서 하면 되고. 좋은 작품 만나서 힐링이 되고 채워진 것 같아요”
박하선은 "쉬기 싫다"며 의욕을 드러내 보였다. 요즘은 경쟁이 치열하다며 이것저것 볼 것도 많고 생각할 것도 많지만 비슷한 이미지 안에 갇히지 않기 위해서라도 대본을 구해서 보고 적극적으로 자신을 어필하겠다고. 아직 보여줄 게 많은 이 배우가 선보일 팔색조 행보가 기대감을 자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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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민 기자 ajyoung@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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