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전서 호흡을 맞춘 좌완과 다시 한 번 뛰어난 호투를 합작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투구 패턴을 다르게 가져가며 연이은 헛스윙 삼진까지 솎아냈다. 2차전부터 스타팅 포수로 마스크를 쓴 두산 베어스 슈퍼서브 포수 최재훈(24)은 어느새 준플레이오프를 지배했다.
최재훈은 14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넥센과의 준플레이오프 5차전에서 주전 포수 양의지 대신 마스크를 썼다. 이미 지난 9일 목동 2차전서부터 스타팅 멤버로 계속 자리를 지켰던 최재훈은 팀의 리버스 스윕의 숨은 일등공신이 되었다. 비록 9회 계투 난조로 인해 9회말 2사에서 3-0이 3-3으로 변했으나 최재훈은 끝까지 자리리를 지켰다.
이날 타격 성적은 6타수 3안타. 그러나 14일 5차전 최재훈의 활약상은 타격 성적 만이 아니었다. 선발로 나선 좌완 유희관이 7이닝 1피안타 무실점으로 쾌투할 수 있었던 데는 2차전과는 패턴을 다르게 가져간 최재훈의 영리한 리드가 바탕되었기 때문이다.

2차전서 최재훈은 유희관과 직구 위주의, 그리고 오른손 타자 몸쪽으로 바짝 붙이는 과감한 리드를 가져갔다. 6회까지 노경은이 무실점으로 호투한 3차전은 물론이고 4차전 선발 이재우가 5⅔이닝 1실점으로 넥센 타선을 요리한 데는 최재훈의 리드가 한 몫 했다. 최재훈에게 4차전까지 과감한 리드를 펼친 데 대해 묻자 그는 이렇게 답했다.
“넥센 타선에는 힘을 갖춘 우타자가 많아서 상대하기 힘듭니다. 다만 경기를 보다보니 몸쪽 과감한 공에는 다소 약점을 보인다는 것을 알 수 있었어요. 그래서 희관이 형 때도 그렇고 대체로 몸쪽으로 결정구를 가져가고자 했어요”.
그런데 5차전에서는 결정구 구질을 달리 가져갔다. 몸쪽 공의 빈도를 비슷하게 가져가는 동시에 직구 대신 슬라이더-체인지업 등 완급 조절형 변화구를 결정구로 새로 채택했다. 전력분석을 맡은 두산 운영팀 윤혁 차장은 “2차전서 유희관-최재훈 배터리가 직구 위주의 과감한 리드를 펼쳤기 때문에 넥센 타선도 이를 잘 대비하고 있을 것이다. 다른 패턴의 묘수가 필요하다”라며 최재훈이 좋은 리드를 펼치길 바랐는데 결과는 확실한 성공으로 이어졌다.
리드만 뛰어났던 것이 아니다. 최재훈은 3차전서 상대의 도루 시도 세 개를 모두 잡아낸 동시에 4차전에서도 이택근의 1회 2루 도루를 막아내며 상대의 경계 대상이 되었다. 한 관계자는 “넥센 측이 최재훈의 강견을 두려워해 4차전 도루를 성공시켰던 서건창에게만 그린 라이트를 부여했다”라고 귀띔했다. 여기에 4차전서는 스스로 역전 결승 투런까지 터뜨렸다. 3차전부터는 말 그대로 ‘최재훈 시리즈’나 다름없었다. 계투진의 난조까지 최재훈의 과오로 몰아넣기는 무리가 있었다. 초중반 리드가 워낙 좋았기 때문이고 그리고 최재훈이 마스크를 쓴 후반부 3경기서 팀은 모두 승리했다.
지난해 두산 수석코치를 맡았던 이토 쓰토무 현 지바 롯데 감독은 최재훈을 못 살게 굴 듯이 맹훈련시켰다. 원래 이토 감독은 1군 백업 포수의 기량 향상을 꾀하는 지도자였으나 유독 최재훈에게는 그 강도가 셌다. 이유를 묻자 이토 감독은 “영리한데다 공 하나하나를 절실하게 받고 공이 빠지면 어떻게든 블로킹하고 후속 주자를 진루시키지 않으려는 노력을 보여준다. 한 점의 소중함을 아는 포수다. 향후 국가대표가 되어도 의심의 여지가 없을 포수”라며 극찬했다. 이토 감독의 안목은 틀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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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동=김영민 기자 ajyoung@osen.co.kr 백승철 기자 baik@osen.co.kr 곽영래 기자 young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