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적인 동점 스리런 홈런은 결국 새드엔딩으로 끝났다. 하지만 9회말 투아웃 동점 홈런으로 야구의 묘미가 무엇인지 보여준 한판이었다.
박병호는 14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2013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두산과 준플레이오프 5차전에 4번타자 1루수로 선발출장, 0-3으로 뒤진 9회말 2사 1·2루에서 두산 더스틴 니퍼트를 상대로 중앙 담장을 넘어가는 스리런 홈런을 폭발시키며 승부를 3-3 원점으로 되돌렸다. 패색이 짙은 상황에서 터진 드라마 같은 홈런이었다.
박병호는 9회 타석 전까지 3타수 무안타로 침묵했다. 두산 좌완 유희관에 막혀 3타수 무안타로 고개를 들지 못했다. 지난 8일 목동 1차전 첫 타석에서 선발 니퍼트에게 솔로 홈런을 터뜨린 이후 대포는 커녕 안타도 쉽게 생산하지 못했다. 4차전 2루타를 제외하면 안타도 없었다. 극심한 타격 부진으로 4번타자 체면이 말이 아니었다.

하지만 스타는 결정적인 순간 빛을 발했다. 9회 무사 1·2루에서 장기영과 이택근이 연속 삼진을 당하며 순식간에 투아웃. 패색까지 아웃카운트 하나가 남은 상황이었다. 하지만 넥센에는 마지막 희망의 끈이 있었으니 바로 박병호였다. 그가 타석에 들어서자 목동구장은 묘한 분위기에 휩싸였다. 3루측 넥센 응원석은 기대감이 가득했고, 1루측 두산 응원석은 긴장감이 흘렀다.
박병호의 상대는 1차전에서 그가 첫 타석에 홈런을 친 니퍼트. 박병호는 니퍼트로부터 1~2구 모두 볼을 골라내며 유리한 볼카운트를 점했다. 이어 3구째 니퍼트의 가운데 높게 들어온 149km 직구를 통타, 중앙 담장을 넘어가는 비거리 125m 스리런 홈런으로 연결시켰다. 그야말로 드라마. 최종 5차전은 9회말 투아웃에서 3-3 동점이 돼 연장으로 넘어갔다. '야구는 9회말 투아웃부터'라는 말이 그대로 들어맞은 순간이었다.
박병호는 연장 11회말에도 2사 후 좌중간을 가르는 2루타를 때리며 끝내기 주자가 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었다. 그러나 후속타가 터지지 않아 끝내 잔루로 남았고, 넥센은 13회초 최준석에게 결승 솔로 홈런을 맞으며 5-8로 패했다. 박병호가 터뜨린 기적의 9회말 투아웃 동점 스리런 홈런은 결국 새드엔딩으로 끝났다. 하지만 박병호의 홈런이 보여준 야구의 묘미는 긴 여운으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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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동=김영민 기자 ajyoung@osen.co.kr 백승철 기자 baik@osen.co.kr 곽영래 기자 young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