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그는 ‘김동석 클린업’의 한 축으로 팀을 상징했던 거포였다. 그러나 지난 시즌 후 무릎 수술과 포지션 중첩 등으로 인해 출장 기회를 예년만큼 얻지 못했다.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취득하는 해였음에도. 선수는 팀을 우선시했으나 마음 한 편이 유쾌할 리 없다. 스타팅 라인업에 포함되지 못하고 대타로 나온 한 타석에서 ‘이블 준석’ 최준석(30, 두산 베어스)은 올 시즌의 설움와 아쉬움을 날려보내는 천금의 대타 결승포를 때려냈다.
최준석은 14일 목동구장서 벌어진 넥센과의 2013 준플레이오프 5차전서 3-3으로 팽팽히 맞서던 연장 13회초 상대 좌완 강윤구의 출격과 함께 이종욱 대신 대타로 출장, 강윤구의 5구 째를 공략해 중월 솔로포로 연결했다. 이는 팀의 승리를 이끌고 LG와의 플레이오프로 끌어올리는 값진 대타 결승 홈런포였다. 팀은 오재원의 홈런 등까지 포함해 8-5로 승리하며 2010년 이후 3년 만의 플레이오프 진출에 성공했다.
2001년 롯데에서 데뷔한 뒤 이대호와 함께 빅보이 거포 유망주로 주목받았으나 중첩으로 인해 2006시즌 중 외야수 최경환, 이승준과의 2-2 맞트레이드(포수 김진수 포함)로 두산 유니폼을 입은 최준석은 2007시즌부터 16홈런을 쏘아올리며 두산 중심타선의 한 축으로 성장하기 시작했다.

2009년 3할2리 17홈런 94타점을 기록하며 강력한 5번 타자로 활약한 최준석은 2010시즌 3할2푼1리 22홈런 82타점으로 커리어하이 성적을 올리고 또 1루수 골든글러브까지 수상했다. 당시 두산 클린업 트리오는 김현수-김동주-최준석을 묶어 ‘김동석 트리오’라는 애칭으로 사랑받았다.
그러나 이후 최준석은 무릎 부상 여파로 인해 제 힘을 보여주지 못했다. 2011년 2할7푼1리 15홈런 75타점을 기록했으나 지난 시즌에는 2할5푼 6홈런 30타점에 그치고 말았다. 무릎 부상으로 인해 자기 위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사이 두산은 지난해 7월 1루수 요원 오재일을 데려왔고 또 시즌 후에는 FA 시장에서 홍성흔을 수혈했다. 1루수-지명타자 요원의 중첩 현상이 이어지며 최준석의 입지는 좁아졌다.
올 시즌 최준석은 100경기 2할7푼 7홈런 36타점을 기록했다. 그러나 시간이 갈 수록 오재일의 호성적이 이어지며 출장 기회를 양분하거나 아니면 대타로나 출장하는 경우가 잦았다. 한 때 팀을 대표하던 5번 타자의 쇠락 현상. 그것도 한창 전성기를 달려야 할 타자가 열심히 훈련을 하고도 확실한 출장 기회를 잡지 못한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안타까운 일이었다.
출장 기회 극심한 감소 속 최준석은 자신보다 팀을 우선시했다. “지금 팀 분위기가 좋다. 팀이 바라는 최고의 목표를 향해 달리는 데 일조하는 것이 우선이다. 이 팀에 와서 좋은 성적도 거두고 골든글러브도 탔고 또 결혼도 해 가정을 꾸렸다”. 팀의 호성적에 출장 기회 감소라는 아쉬움을 접어두고 방망이를 더 세게 쥔 최준석이다.
그리고 최준석은 주도권을 상대에게 넘겨주는 듯 했던 순간 결정적인 대타 결승포로 팀 승리를 이끌었다. 연장 접전 그것도 5차전까지 가는 만큼 극심한 피로도가 있었으나 최준석은 자신이 빛나야 할 때 찬란하게 빛나며 팀 3년 만의 플레이오프 진출을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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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동=김영민 기자 ajyoung@osen.co.kr 백승철 기자 baik@osen.co.kr 곽영래 기자 young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