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희관의 ‘저속구’, LG 사냥 ‘돌직구’?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3.10.15 06: 26

“2차전에서 직구를 많이 던져 첫 회 상대 타자들이 어떤 공을 노리는 지 유심히 보았어요. 그리고 (최)재훈이도 그에 잘 맞춰서 사인을 냈는데 저와 궁합이 잘 맞았습니다”.
최고 구속은 134km 가량. 7회말 박병호 타석에서 전광판에 167km가 찍히기는 했으나 이는 그냥 오류였다. 빠르지 않은 직구였으나 대신 그는 상대가 직구를 노리는 타이밍에서 싱커를 던졌고 슬라이더도 섞으면서 2차전과는 수를 다르게 가져갔다. ‘느림의 미학’ 좌완 유희관(27, 두산 베어스)은 지능적인 투구 패턴으로 생애 최고의 인생투를 펼쳤다.
유희관은 14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2013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넥센과의 준플레이오프 5차전에 선발로 나서 7회까지 노히트 피칭을 펼치는 등 7이닝 1피안타(탈삼진 9개, 사사구 1개) 무실점으로 호투한 뒤 김민성에게 곧바로 안타를 허용한 뒤 변진수로 교체되었다. 변진수가 넥센을 8회 무득점으로 봉쇄한 덕분에 유희관의 최종실점은 0점이 되었다.

비록 두산은 9회말 2사 1,2루서 터진 박병호의 동점 스리런으로 인해 유희관에게 승리를 선물하지 못했으나 연장 13회까지 가는 끝에 8-5로 승리, 3년 만의 플레이오프 진출에 성공했다. 노디시전이 너무나 아쉬울 정도로 유희관의 호투는 정말 찬란했다.
특히 유희관의 투구는 지난 10일 2차전과는 또다른 매력을 지녔다. 앤디 밴 헤켄과 눈부신 투수전을 벌였던 유희관은 7⅓이닝 동안 3피안타(탈삼진 5개, 사사구 5개) 1실점 호투를 펼쳤다. 그나마 1실점도 뒤를 이은 홍상삼이 저지른 승계주자 실점. 사사구가 다소 많았으나 직구 위주의 투구로 코너워크는 물론이고 높낮이를 달리해 넥센 타자들의 혼란을 이끌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3,4구 째에서 패턴에 변화를 주며 더욱 뛰어난 호투를 펼쳤다. 1회 2사 후 이택근부터 3회 선두타자 이성열까지 헛스윙 삼진으로 처리하며 준플레이오프 최다 타이 기록인 5타자 연속 탈삼진을 기록했는데 2차전에서 직구가 나왔어야 할 타이밍에서 이번에는 역회전된 싱커와 스트라이크 존 아래 몸쪽 유인구로 상대 방망이를 이끌어냈다. 2차전서 느리지만 제구된 직구에 당했던 넥센 타자들은 허를 찌른 수에 또 당했다. 두뇌피칭이 가미된 저속구는 돌직구의 위력 이상이었다.
경기 후 유희관은 투구 패턴에 변화를 준 부분이 있는지 묻자 “2차전에서 내가 던진 직구가 많아 1회 상대 타자들이 뭘 노리는 지 유심히 봤고 또 재훈이가 그에 맞춰서 사인을 냈다. 직구도 던지면서 싱커도 섞어던지며 재훈이의 사인을 믿었다. 마침 내가 던지고 싶은 공을 재훈이도 사인을 내면서 궁합이 맞아 떨어졌다. 덕분에 던지면서 힘이 났던 것 같다”라고 밝혔다. 단순히 2차전에서 좋았던 패턴을 고수하지 않고 유연하게 패턴을 변경한 것이 포수의 생각과 마침맞으며 인생투로 이어졌다.
플레이오프 상대인 LG를 상대로 유희관은 7경기에서 3승1패 평균자책점 2.88로 강한 면모를 드러냈다. 3승 모두 선발승이다. 특히 지난 8월10일 LG전에서는 승리투수가 되지 못했지만, 7⅓이닝 5피안타 1볼넷 1사구 4탈삼진 2실점으로 역투를 펼친 바 있다. 잠실구장에서만 경기를 치르기 때문에 장타에 대한 위험성도 없다.
그러나 유희관은 “페넌트레이스는 페넌트레이스고 포스트시즌은 포스트시즌이다. 좌타자가 많은 LG의 특성 상 내 활용도가 중요할 수도 있겠지만 미리 잘 준비하는 것이 우선이다”라고 철저한 준비가 우선임을 강조했다. 그 와중에서도 “최종전 패배를 설욕할 기회다. 그리고 LG를 상대로 잘 던져서 플레이오프 MVP로 돈복을 불러들였으면 좋겠다”라며 좋은 입담도 다시 한 번 과시했다. 빼어난 두뇌 피칭으로 그동안의 활약이 반짝 여세가 아닌 실력임을 보여준 유희관의 플레이오프가 더욱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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