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투수의 구종을 크게 '직구, 변화구'로 구분한다면 메이저리그는 '패스트볼(fastball), 브레이킹볼(breaking ball), 오프 스피드(off speed)' 세 범주로 나눈다.
패스트볼을 우리말로 옮긴다면 속구에 가깝고, 브레이킹볼은 말 그대로 변화구다. 그리고 오프 스피드는 완급조절로 이해하면 쉽다. 한국 프로야구는 모든 빠른볼을 직구로 묶어서 부르지만, 실제로 '똑바로' 날아가는 공은 존재하지 않는 걸 감안하면 후자 쪽이 더 정확한 구분법이라고 할 수 있다.
▲ 류현진의 최대장점, 바로 완급조절

류현진(26,LA 다저스)이 메이저리그에서 구사하는 구종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일단 90마일 초중반의 속구, 그리고 커브와 슬라이더, 끝으로 주무기인 체인지업이다. 즉 류현진은 속구(포심, 투심)와 브레이킹볼(슬라이더, 커브), 오프 스피드(체인지업) 구사능력을 고루 갖춘 균형잡힌 투수다.
여기서 오프 스피드에는 체인지업만 들어가는 건 아니다. 투수가 구속에 차이를 둬 타자의 타이밍을 빼앗는 모든 투구를 가리키는데 체인지업이 대표적인 구종이다. 투수가 속구 구속에도 자유자재로 차이를 둬서 던질 수 있다면 그것도 오프 스피드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체인지업 마스터' 류현진이 능한 건 바로 오프 스피드다. 그는 체인지업 뿐만 아니라 속구도 강약을 조절하며 스트라이크 존 구석구석을 찌른다. 2006년 신인 시절부터 '애늙은이'라는 말을 들었던 건 이와같은 노련한 피칭 덕분이었다. 제구와 구위를 유지한 채 속구 구속에 차이를 둔다면, 류현진을 상대하는 타자들은 빠른 오프 스피드(구속을 낮춘 속구)와 느린 오프 스피드(체인지업) 둘 다 염두에 둬야만 한다.
류현진의 이러한 능력은 메이저리그에서도 인정받고 있다. 돈 매팅리 다저스 감독은 "류현진은 파워피처는 아니지만 정교한 제구와 오프 스피드가 돋보인다. 이게 잘 구사된다면 메이저리그에서 누구와 맞붙어도 승산이 있다"고 말했고, 평소 과묵한 잭 그레인키까지 "류현진이 속구 구속에 차이를 두면서 던지는 걸 지켜보는 건 공부가 되고 재미있다"고 칭찬할 정도다.

▲ DS 3차전 부진, 완급조절 부족
류현진은 지난 7일 벌어진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전에 선발로 나서 3이닝 6피안타 4실점으로 부진했다. 메이저리그 데뷔 후 가장 좋지않은 투구내용이었다. 류현진 역시 "안 좋은모습은 모두 보여준 최악의 경기"라고 말했다.
부상 의혹도 있었지만 그날 류현진의 속구 구속은 나쁘지 않앗다. 최고구속 94마일, 평균구속 91.8마일로 올해 정규시즌 평균구속보다 1마일 가까이 빨랐다. 다만 체인지업도 너무 빨랐다. 당시 류현진의 체인지업 최고구속은 83마일을 기록했는데 시즌 평균과 비교했을 때 5마일이나 구속이 높게 나왔다. 타자의 타이밍을 빼앗는 데 효과적인 체인지업은 속구 구속과 가급적이면 차이가 많이 나야 유리하다.
또 한 가지, 바로 속구의 완급조절이 부족했다. 이는 다음 표를 본다면 확연하게 드러난다. 류현진이 호투를 펼쳤던 3경기(5.29 에인절스전 완봉승, 8.9 카디널스전 7이닝 1실점, 8.28 신시내티전 7이닝 1실점)와 디비전시리즈 3차전의 구속 분포표(브룩스베이스볼 참조)를 보면 호투를 했던 3경기는 고른 구속분포를 보인 반면 부진했던 3차전은 구속 분포가 일정구역에 몰려있는 걸 확인할 수 있다.
류현진이 호투했던 경기에서는 80마일 중반~90마일 초반의 완급조절용 속구가 적절하게 분포하고 있는 걸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3차전에서는 84마일~90마일을 기록한 투구가 단 하나도 없었다. 속구 구속은 높게 나왔지만, 최저 90마일을 기록할 정도로 강한 힘 일변도였다.
매팅리 감독은 14일 "류현진은 강속구 투수가 아니다. 중요한 건 제구"라고 말했다. 제구만큼 중요한 것이 완급조절이다. 3차전에서 류현진의 제구는 나쁜편이 아니었다. 대신 브레이브스 타자들은 류현진의 속구와 체인지업에 타이밍을 잘 맞추는 걸 확인할 수 있었는데, 완급조절이 부족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 도표에서도 류현진이 그날 긴장했다는 걸 알 수 있다. 부담감으로 어깨에 과도하게 힘이 들어갔고, 마음에 여유를 잃어버려 특유의 완급조절에 실패했다. 이제 류현진은 챔피언십시리즈 3차전에 나선다. 2패로 팀이 몰려있는 상황이라 더욱 부담스러운 건 사실이지만, 평정심을 갖고 완급조절을 살려 투구한다면 분위기 반전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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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룩스베이스볼(Brooksbaseball.net)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