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와 두산 모두 특정 포지션에 물음표를 안고 있다. 플레이오프에서 물음표를 지우면 한국시리즈가 보이지겠만, 약점으로 남는다면 시즌 마지막을 맞이하는 치명타가 될지도 모른다.
올 시즌 LG 타선의 모토는 출루와 타점, 그리고 잔루 줄이기였다. 김무관 타격코치는 스프링캠프부터 이 3가지를 중심으로 선수들을 지도했고 곧바로 성과를 냈다. 팀 타율 2할9푼5리로 2위, 팀 출루율 3할5푼5리로 4위, 득점권 타율 2할9푼5리로 2위를 차지했고 잔루 또한 939개로 최소 2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잔루 1010개에서 70개 가깝게 줄이며 목표치였던 950개를 초과달성했다. 홈런은 적지만 베테랑과 신예선수들이 조화를 이루며 막강한 공격력을 뽐냈다.
옥의 티는 2번 타순이다. 리그에서 가장 정교한 클린업트리오(타율 3할1푼6리)를 구축했지만 2번 타자 타율은 2할4푼2리로 리그 7위에 불과하다. 시즌 중반 정의윤이 4번 타순에 자리할 때만해도 이진영이 2번 타순에서 맹타를 휘둘렀지만, 정의윤의 페이스가 떨어지자 2번 타순은 다시 구멍이 됐다. 이병규(9번) 박용택 이진영 정성훈 베테랑 4인방과 어깨를 나란히 할 신예 타자가 아직 없는 게 LG 상위타선의 발목을 잡고 말았다.

해답이 없는 것은 아니다. 기록만 놓고 보면 이병규(7번)가 2번 타순에서 3할9푼3리(28타수 11안타)로 맹타를 휘둘렀다. 시즌 중반까지 부상으로 결정했지만, 복귀 후 수비에서 외야와 1루를 두루 소화하며 자기 몫을 다했다. 그러나 이병규는 번트나 도루 등 작전수행 능력에 있어서는 타율만큼의 효율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러면서 LG는 올 시즌 무려 18명의 타자가 2번 타순을 거쳐 갔다.
이번 포스트시즌에서도 LG는 2번 타순을 고정시키기 보다는 상대투수와 경기 전략에 맞게 기용할 것으로 보인다. LG 김기태 감독은 “2번 타자를 놓고 시즌 내내 고민을 많이 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포스트시즌에선 어떻게 타순을 짤지 미리 그림을 그려놓았다”고 말했다.
매 경기 타순의 초안을 짜는 김무관 타격코치 또한 “경기 계획에 맞춰 2번 타자를 선택할 것이다. 투수전이 예상되면 주자를 진루시키거나 출루시 뛸 수 있는 타자를, 타격전이라면 타율이 높은 타자를 2번 타순에 배치시키지 않을까 싶다”고 밝혔다. 전자라면 손주인이나 김용의가, 후자라면 이병규(7번)가 유력하다. 의외의 기용이 있을 수도 있다. 지난 14일 고양 원더스와 치른 연습경기에선 정성훈이 2번 타자로 출장했었다.
두산의 문제는 불펜진, 특히 마무리투수 자리다. 홍상삼을 마무리투수 자리에 앉히며 올 시즌 맞이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오현택 윤명준 정재훈 등 다양한 투수들이 번갈아가며 세이브를 기록했다. 시즌 후반 정재훈이 마무리투수로 최종 낙점되는 듯싶었는데 준플레이오프에선 다시 마무리투수 자리에 혼돈이 왔다. 심지어 지난 2차전에선 9회말에만 투수 4명이 올라오는 촌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마무리투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LG와 플레이오프 또한 경기 마지막까지 살얼음판을 걸어야 한다. 상대가 봉중근을 중심으로 한 리그 최강 불펜진을 구축하고 있는 만큼, 두산 선수들은 경기 마지막까지 압박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끌려가고 있어도 불안하지만, 리드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안심이 되지 않는다.
결국 두산은 플레이오프에서도 집단 마무리 체제 혹은 더스틴 니퍼트를 마무리투수로 낙점할 확률이 높다. 김진욱 감독은 15일 미디어데이에서 니퍼트를 두고 “니퍼트가 4, 5차전에 나왔기 때문에 상태를 봐야 하는 입장이다. 최종 결정된 것은 없다. 체크해 봐야할 것 같다”고 밝혔다. 니퍼트가 시리즈 초반에 선발 등판한다면, 플레이오프 또한 준플레이오프처럼 시리즈 후반에 마무리투수로 나올지도 모른다. 준플레이오프에서 세이브와 블론세이브를 모두 기록한 니퍼트가 확실한 해답이 될지는 알 수 없으나. 두산이 낼 수 있는 가장 구위가 좋은 투수임에는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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