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LCS] 류현진 PS 승리, 전설이 새 전설을 지켜봤다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3.10.16 06: 55

'코리안특급' 박찬호는 한국 야구계에서 '전설'이다. 약관의 나이에 미국으로 건너가 LA 다저스와 계약, 팀의 핵심선수로 자리잡았다. 이후 그는 20년에 가깝게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며 124승을 올려 동양인 최다승 타이틀을 보유하고 있다.
메이저리그를 개척한 선구자로서 수많은 영광을 누린 박찬호지만 우승반지와는 인연이 없었다. 전성기였던 1990년대 중후반~2000년대 초에는 소속팀이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하면서 가을잔치에 초대받지도 못했었다. 이후 부상과 싸우면서 박찬호는 2006년에야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소속으로 가을잔치에 나갔지만 그 때는 선발이 아닌 불펜이었다.
박찬호의 포스트시즌에 대한 열망은 2009년 가장 강하게 나타났다. 당시 필라델피아 필리스 소속이었던 박찬호는 신종플루에 걸려 고생하면서도 포스트시즌 진출을 고집했다. 챔피언십시리즈에서는 악전고투하며 4경기 3⅓이닝 3실점을 기록했지만, 월드시리즈에서는 4경기 3⅓이닝 2피안타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다만 팀은 뉴욕 양키스에 패하면서 눈앞에서 우승반지를 놓치고 말았다.

이처럼 박찬호에게 가을야구는 하나의 지향점이다. 끝내 선발승은 거두지 못했지만 내셔널리그 우승까지는 맛본 박찬호는 일본과 한국을 거쳐 화려한 선수생활을 마쳤다. 2012년이 '선수 박찬호'의 마지막이었다. 전설은 그렇게 조용히 무대 뒤로 물러났다.
 
그리고 류현진은 우상을 좇아 2013년 미국 메이저리그에 진출했다. 정규시즌 13승 8패 평균자책점 3.00, 훌륭한 성적과 함께 메이저리그에 연착륙한 류현진이다. 류현진이 박찬호보다 운이 있었던 건 첫 해부터 팀이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점이다. 류현진은 뛰어난 정규시즌 성적을 바탕으로 포스트시즌 선발 자리를 꿰찼다.
디비전시리즈에서 한 번 좌절을 맛본 류현진이지만 두 번 넘어지지는 않았다. 15일(이하 한국시간) 챔피언십시리즈 3차전에서 류현진은 7이닝 3피안타 무실점으로 완벽한 피칭을 펼쳤다. 팀은 3-0으로 승리를 거둬 류현진에게 한국인 최초의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 승리투수라는 훈장을 달아줬다.
마침 이날 박찬호가 후배의 경기를 보기위해 다저스타디움을 찾았다. 경기 전 박찬호는 "류현진에게 행운을 빌어줄 뿐"이라며 조용하게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류현진은 자신의 우상이자 전설이 지켜보는 앞에서 한국인 메이저리거의 새로운 역사를 열었다.
류현진의 포스트시즌 승리는 훗날 한국야구 역사의 한 페이지로 남게 될 것이다. 그렇게 류현진은 전설 박찬호가 지켜보는 가운데 새로운 전설을 만들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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