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1, 2차전이 중요하다.”
상대가 시리즈 혈투를 치르고 올라온 만큼, 기선제압 또한 용이할 수 있다. LG가 1, 2차전 총력전을 통해 시리즈 흐름을 주도하려고 한다.
LG는 16일 잠실구장에서 열리는 두산과 플레이오프 1차전에 류제국을 선발투수로 예고했다. 류제국은 올 시즌 두산을 상대로 2경기 12⅔이닝을 소화하며 1승 무패 평균자책점 2.84으로 호투한 바 있다. 특히 지난 5일 2위 결정전이었던 페넌트레이스 마지막 경기서 7⅓이닝 2실점으로 팀 승리에 다리를 놓았다. 경기 초반에는 다소 불안했지만, 중반부터 안정감을 찾으며 한국프로야구 통산 첫 번째 무사사구를 기록하기도 했다. 류제국의 승률 85.7% 역시 김기태 감독과 코칭스태프가 류제국을 1차전 선발투수로 선택한 주요원인이 됐다.

주목할 부분은 그 다음이다. 2차전 선발투수로 레다메스 리즈를 대기시켜 놓았지만, 3, 4차전 선발투수는 미정이다. 즉, 페넌트레이스에서 선발투수로 활약했던 우규민 신재웅 신정락의 시리즈 초반 불펜 등판 가능성이 열려있다. 실제로 이들 셋 모두 시즌 중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투수진의 부족한 부분을 메워왔다.
특히 우규민은 시즌 막바지 순위 싸움이 치열한 상황에서 1+1 전략, 즉 두 번째 선발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다. 신재웅 또한 올 시즌 두산을 상대로 평균자책점 2.81, 구원 등판시에는 선발 등판 때보다 좋은 평균자책점 2.53을 기록했다. 1차전과 2차전에서 류제국과 리즈가 긴 이닝을 소화하고 불펜 필승조로 바통을 넘기는 게 베스트 시나리오지만, 여의치 않다면 우규민 신재웅 신정락 중 한 명이 두 번째 선발투수로 나설 수 있다.
두산 불펜이 약한 것도 이러한 결정을 내린 배경이 됐다. LG가 불펜 평균자책점 3.40으로 리그에서 가장 강한 뒷문을 형성한 것에 반해, 두산은 평균자책점 4.28로 리그 7위에 자리했다. 준플레이오프 무대서도 두산의 불펜 불안은 반복됐다. 마무리투수를 낙점하지 못한 채 정재훈 윤명준 김선우가 나란히 9회 마운드를 밟았고, 급기야 4차전과 5차전에선 선발투수 더스틴 니퍼트가 마무리투수로 등판했다. 준플레이오프에서 3승을 거두는 동안 세이브는 4차전 니퍼트가 기록한 게 유일하다.
그만큼 경기 막판까지 끌려가고 있어도 3점차 이내면 승부를 걸어볼만 하다. 승리 방정식대로 경기가 진행되지 않더라도, 불펜 총력전을 통해 역전을 노릴 수 있다는 말이다. 두산 불펜진에 좌투수가 전무한 것도 LG에 호재다. 두 이병규(9번·7번) 박용택 이진영 등 막강 좌타 라인이 마음껏 방망이를 휘두를 수 있다. 플레이오프 엔트리 마지막 자리에 좌타자 양영동이 우타자 정주현 대신 선택된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LG 김기태 감독은 15일 플레이오프 1차전을 하루 앞두고 “역시 1, 2차전이 중요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시리즈 초반부터 흐름을 가져온다면, 포스트시즌 경험 부족이란 물음표를 완전히 지울 수 있다. 김무관 타격 코치 또한 “포스트시즌 같은 단기전의 경우 흐름은 승리에서 나온다. 아무리 분위기가 좋다고 해도 결국은 결과에 좌우될 수밖에 없다. 이기는 쪽이 흐름도 좋고 다음 경기서도 유리한 위치를 차지한다”고 기선제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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