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영을 일주일 앞두고서야 잃어버린 긴장감과 흥미가 되돌아왔다. 결과적으로 너무 늦게 풀려버린 출생의 비밀은 이 드라마의 발목을 잡은 꼴이 됐다.
MBC 월화드라마 ‘불의 여신 정이’가 질질 끌어왔던 출생의 비밀을 단숨에 풀어버렸다. ‘불의 여신 정이’는 지난 15일 29회와 30회를 연속 방영했다. 오는 22일 종영을 앞둔 이 드라마는 여성 최초 조선 사기장이 된 유정(문근영 분)의 사랑과 예술혼을 그리겠다는 기획의도와 달리, 정이가 아버지인 줄 모르고 이강천(전광렬 분)과 벌이는 갈등이 반복됐다.
종영을 일주일 앞두고서야 정이는 자신의 아버지가 그토록 증오하고 복수하려고 했던 강천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정이는 끝내 강천에게 이를 말하지 못했고, 강천은 아무 것도 모른 채 정이를 탐내는 일본에 넘겼다. ‘불의 여신 정이’는 이날 뒤늦게 모든 진실을 알게 된 강천이 후회하고 오열하는 이야기로 마무리됐다.

정이 역의 문근영이 보인 가슴 먹먹한 오열 연기와 또 한번 엇갈린 강천과 정이 부녀의 운명은 간만에 이 드라마를 흥미롭게 만들었다. 그동안의 지지부진했던 전개와 달리 휘몰아치며 높은 몰입도를 자랑했다. 때문에 조금 더 빨리 출생의 비밀이 풀리고, 기획의도대로 여성 최초 사기장 정이의 성장에 초점을 맞췄다면 시청률이 한자릿수에 머무는 아쉬운 결과를 낳진 않았을 것이라는 예측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그동안 이 드라마는 정이가 사기장으로 성장하는 과정보다 정이의 출생의 비밀에 매달렸다. 친부녀가 서로의 존재를 모른 채 원망하고 복수를 꾀하는 과정에 집중했고, 정이는 강천에게 끊임 없이 속고 당했다. 때문에 사기장으로서의 예술혼과 정이를 연모하는 두 남자 광해(이상윤 분), 김태도(김범 분)와의 밀도 높은 사랑은 펼쳐지지도 않았다.
이 드라마가 MBC 월화 사극의 불패 신화를 깼고, 한때 시청률 3위까지 주저앉은 것은 출생의 비밀을 다루는데 있어서 맺고 끝맺음이 너무도 더뎠기 때문. 뒤늦게 긴장감이 돌아온 ‘불의 여신 정이’에게 이제 남은 방송은 단 2회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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