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1] ‘차분 속의 웃음’ 가을야구 맞는 LG의 자세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3.10.16 16: 29

웃고 떠드는 선수는 없었다. 그러나 그렇다고 위축되어 있는 것도 아니었다. 평소대로만 하면 충분히 한국시리즈에 진출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곳곳에서 보였다. 2002년 이후 첫 가을잔치를 경험하는 LG 덕아웃의 분위기가 그랬다.
올 시즌 전문가들의 예상을 뛰어 넘는 호성적을 기록하며 2위로 플레이오프에 직행한 LG다. 팬심이 난리가 난 가운데 LG는 이제 잠실 라이벌 두산과 16일부터 5전 3선승제의 플레이오프를 치른다. 일단 전망은 호의적인 편이다. 전력에서 뒤질 것이 없는 데다 준플레이오프를 5차전까지 치르고 온 두산에 비해서는 체력적으로나 선발 로테이션의 구상적으로나 여유가 있는 LG다.
결국 관건은 얼마나 긴장하지 않으며 시리즈를 치를 수 있느냐로 모아진다. LG에는 포스트시즌에 처음 나서는 선수들이 많다. 이병규 박용택 이진영 등 베테랑급 선수들도 사실 최근 몇 년은 큰 경기 경험이 없었다. 전체적으로 분위기가 새로울 수밖에 없다. 이것이 긴장으로 이어질 경우 자신의 기량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거나 실수가 속출할 수 있다. 두산이 LG의 빈틈을 공략할 수 있다고 자신하는 것도 이런 부분과 연관이 있다.

하지만 LG 덕아웃은 적절한 중도를 지키고 있었다. 지나치게 긴장하는 선수도 없었고 그렇다고 지나치게 풀어져 있는 선수들도 없었다. 선수들은 예정된 시간에 집합해 차분하게 훈련을 진행했다. 코치들도 평상시와는 특별히 다를 것 없는 모습이었다. 묵묵하게 선수단 옆에서 훈련을 도우며 몇몇 조언을 건네는 모습이었다. 긴장을 숨기기 위해 시끄러울 것, 혹은 긴장하는 선수들이 많을 것이라는 예상과는 확실히 다른 분위기였다.
그래도 웃음은 잃지 않았다. 몇몇 베테랑급 선수들은 취재진과 만나 팀 분위기가 그렇게 긴장한 상황은 아니라고 전했다. 박용택은 농담으로 긴장을 풀었고 이진영도 차분하게 포스트시즌의 관건을 풀어놓으며 팀의 대변인 몫을 했다. 두 선수는 면도를 하지 않은 채 나타나 취재진의 관심을 모았는데 이진영은 “사우나가 문을 닫아 면도를 못했다. 곧 깎을 것”이라고 했고 박용택은 “징크스다”라고 밝혀 덕아웃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만들기도 했다.
김기태 LG 감독 역시 평상시와 같이 취재진을 대했다. 라인업을 공개하면서 “페넌트레이스와 특별히 다른 게 나오지는 않을 것이다. 있다면 수비 쪽에서 다른 게 있지 않을까 싶다”고 밝혔다. 스스로 잠을 조금 설쳤다고 했지만 포스트시즌에 대한 기대를 숨기지 않으며 재밌는 경기를 하겠다고 밝혔다. 김 감독의 말은 “경험이 부족하다”라는 지적에 대한 LG 선수단 전체의 분위기를 대변하고 있었다. 실제 경기에서도 그럴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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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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