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들의 기다림도 길었지만 그만큼 팬들의 기다림도 길었다. 그리고 드디어 그런 팬들의 기다림이 감격적인 끝을 맺은 날이었다. 2002년 이후 첫 포스트시즌을 맞이하는 LG팬들이 압도적인 세 과시로 한을 풀어냈다. 하지만 경기에서 패하며 이는 절반의 잔치로 끝났다.
LG와 두산과의 플레이오프 1차전이 열린 16일 잠실구장은 만원 관중이 운집한 열광적인 분위기에서 치러졌다.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예매가 시작되자마자 표가 동이 나며 양팀 선수들은 물론 팬들의 대격돌까지 예고된 상황이었다. 사실 잠실구장을 쓰는 한지붕 라이벌의 대결인 이번 플레이오프는 최근 포스트시즌 들어 가장 큰 흥행카드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리고 그런 평가는 결코 과언이 아니었다.
정규시즌 경기보다 30분가량 일찍 경기가 시작됐음에도 불구하고 관중석은 더 빨리 채워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속도는 1루의 LG 응원석이 더 가팔랐다. 2002년 한국시리즈 이후 무려 3993일 만에 포스트시즌 무대를 맛보는 LG팬들은 1루 응원석과 외야는 물론 두산의 영역인 3루 외야와 3루 내야 일부까지 곳곳에 위치하며 뜨거운 분위기를 연출했다. 3루 외야의 절반 이상이 LG를 상징하는 빨간색 막대풍선으로 넘실거렸다.

올해에만 이미 7000벌 가량이 팔린 ‘유광점퍼’를 입은 팬들도 상당수였다. LG의 가을야구 희망을 상징하는 아이템이 된 유광점퍼는 잠실구장 곳곳에서 유난히 빛이 났다. 구단도 이번 경기 응원전에 두산에 뒤지지 않을 만큼의 충분한 준비를 했다. 한 구단 관계자는 준플레이오프에서 두산이 1억 원을 썼다는 이야기에 “우리도 그 정도 준비를 했다”고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1회 먼저 2점을 내주자 1루 관중석에서는 불안감이 감돌기 시작했다. 그러나 1회 반격에서 곧바로 이병규(7번)의 동점 2점 홈런이 터지자 관중석은 후끈 달아올랐다. 이렇게 신이 난 LG팬들은 선수들 플레이 하나하나에 열광하며 힘을 불어넣었다. 하지만 LG가 7회 정성훈의 실책으로 결승점을 내줬고 9회에는 마무리 봉중근까지 낸 상황에서 추가점을 내주자 풀이 죽은 모습도 더러 눈에 띄었다. 결국 2-4 패배. 끝까지 열광적인 응원을 펼친 LG팬들이지만 2차전을 기약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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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