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민(30, KT)이 역대 최고의 시즌을 보내고 있다.
조성민은 16일 부산 사직실내체육관에서 벌어진 2013-2014시즌 KB국민카드 프로농구 1라운드 안양 KGC인삼공사전에서 27점을 몰아넣으며 팀의 70-58 대승을 이끌었다. 개막 전 약체로 평가받던 KT는 2승 1패의 성적으로 공동 3위에 올라있다. 시즌 초반 가장 돋보이는 선수는 단연 조성민이다.
KGC전 조성민은 그야말로 백발백중이었다. 이날 조성민은 7개를 던진 2점슛과 4개를 던진 3점슛을 100% 성공시켰다. 4쿼터 막판 자유투 하나만 실수하지 않았다면 이날 그가 던진 모든 슛이 그물을 갈랐을 것이다. 3경기를 치른 현재 조성민은 평균 23점(리그 1위), 야투율 76.5%(리그 2위), 3점슛 78.6%(리그 2위), 경기당 3점슛 3.7개(리그 1위), 자유투 75%를 기록 중이다.

국내선수 중 득점 1위가 아니다. 조성민은 리카르도 포웰과 함께 전체 공동 1위다. 중장거리 슈팅을 위주로 던지는 조성민의 야투율이 76.5%로 리그 전체 2위라는 점은 경이적이다. 그가 가장 못 던진 슛이 가장 쉬운 자유투다. 이만하면 ‘슛의 달인’의 경지다. 물론 이제 3경기를 치렀을 뿐이다. 시도가 많아지면 조성민의 슛 성공률은 계속 내려갈 것이다. 하지만 그의 슈팅이 대단하다는 점은 분명하다.
지난 오프시즌 FA최대어였던 조성민은 KT와 계약기간 5년, 연봉 4억 7000만 원에 재계약을 맺었다. 그는 아시아선수권에 국가대표로 차출돼 한국의 동메달 획득에 결정적 기여를 했다. 현재 조성민의 대활약은 4억 7000만 원이 전혀 아깝지 않을 정도로 뛰어나다.

하지만 조성민의 맹활약에는 어두운 이면도 있다. 현재 KT는 주축가드 김현중(치아골절), 김현수(무릎부상)가 뛸 수 없는 상황. 신인가드 이재도 역시 전국체전이 끝난 후에야 합류가 가능하다. 2군에서 올라온 김우람이 평균 32분 정도를 뛰어주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조성민은 팀의 경기운영까지 도맡아야 하는 입장이다. 조성민은 12일 오리온스와의 개막전에서 8개의 어시스트를 했다. 프로데뷔 후 개인최다기록이었다.
득점도 조성민이 책임져야 한다. 외국선수 앤서니 리처드슨은 첫 2경기서 평균 29.5점, 3점슛 41.7%를 기록했다. 신형 쌍포의 가동으로 조성민에게 가해지는 수비부담도 덜해졌다. 그런데 리처드슨은 16일 KGC전에서 단 6점으로 부진했다. 이에 조성민의 득점부담이 가중됐다.
이런 환경에서 조성민은 후반전에 급격히 지치고 있다. 조성민의 전반전 평균득점은 13.3점이지만 후반에는 7.6점으로 절반까지 줄어든다. 조성민은 매 시즌 자유투를 90% 가까이 성공시키는 귀신이다. 그런데 올해 벌써 자유투 실수가 두 번이나 나왔다. 모두 후반전에 나온 실수였다. 체력부담이 가중되는 시간이다.
설상가상 상대팀들은 ‘조성민만 막으면 된다’는 식으로 나오고 있다. 13일 모비스전에서 조성민은 전반전 4개의 3점슛 시도를 모두 성공하며 18점을 올렸다. 하지만 양동근이 막은 후반전에는 무득점에 그쳤다. 양동근의 수비가 원체 뛰어난 것도 있었지만, 조성민의 떨어진 체력 탓도 컸다.
조성민의 초반러시는 역대급 수준이다. 하지만 동료들의 도움 없이는 체력부담으로 금세 사그라질 수 있는 시한부 불꽃이다. KT는 하루 빨리 부상선수들이 돌아와 조성민이 본연의 역할만 충실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올 시즌 KT의 진정한 돌풍은 그 때부터 시작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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