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데뷔 후 10년 만에. 선수 본인에게는 포스트시즌 세 번째 등판만에 거둔 값진 선발승이다. 바로 직전 등판 경기서 호투를 펼치다 내준 동점포에 강판당한 뒤 눈물을 참지 못했던 에이스는 동료들이 선물한 다음 등판 기회에서 호투를 펼치고 또 승리를 따냈다. 승리와 함께 데일리 MVP에 선정되고는 동료 덕분이라며 공을 돌렸다. 두산 베어스 우완 에이스 노경은(29)의 5일 전 눈물은 결코 헛되지 않았다.
노경은은 16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3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LG와의 1차전서 선발로 등판해 6이닝 동안 4피안타(탈삼진 2개, 사사구 3개) 2실점으로 호투한 뒤 3-2로 앞선 6회말 홍상삼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노경은은 팀이 4-2로 이겨 승리투수의 감격을 맛봤다.
2-0으로 맞선 1회 이병규(7번)에게 2점 홈런을 허용하며 단숨에 공 세 개로 동점을 내준 노경은이었다. 흔들릴 수 있었으나 침착하게 대응하며 LG 타선을 묶어놨다. 결국 두산은 노경은의 호투에 힘입어 경기 중반까지 대등한 경기를 한 끝에 7회 결승점, 9회 추가점을 내며 승리를 결정지었다.

이날은 노경은의 데뷔 후 세 번째 포스트시즌 등판이었다. 2003년 1차 지명자로 기대를 모으며 입단했으나 팔꿈치 부상과 수술, 그리고 제구난으로 인해 오랫동안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했던 노경은이다. 한때는 팬들과의 마찰도 있었고 은퇴 위기까지 몰린 끝에 2011년 계투 마당쇠, 그리고 지난해 비로소 팀의 에이스로 우뚝 선 대기만성 투수. 올 시즌에도 10승(10패)을 거두며 로테이션을 거르지 않았던 개근 선발이다.
2009년 SK와의 플레이오프 엔트리에 이름은 올렸으나 등판은 하지 못했던 노경은은 지난해 롯데와의 준플레이오프 2차전서 선발로 포스트시즌 데뷔전을 치러 6⅓이닝 1실점으로 상대 선발 셰인 유먼과 멋진 선발 대결을 펼친 바 있다. 그러나 승리는 따내지 못했고 팀이 전적 1승3패로 시즌을 마치며 다음 기회를 기다려야 했다.
11일 잠실구장서 열린 넥센과의 준플레이오프 3차전. 자신의 두 번째 포스트시즌 경기였던 이날 노경은은 6회까지 3피안타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팀도 3-0 리드를 펼쳤고 노경은의 투구 내용이 워낙 좋아 쉽게 반격의 선발승이 주어질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노경은은 7회초 이택근에게 3루 내야안타, 박병호에게 볼넷을 내준 뒤 김민성에게 동점 좌월 스리런을 허용했다.
이 한 방으로 인해 노경은은 결국 마운드를 내려갔고 팀의 리드를 지키지 못했다는 자책감에 덕아웃에서 울분의 눈물을 흘렸다. 이 장면은 TV 중계를 통해 여과없이 팬들에게 전해졌다. 다행히 팀은 연장 14회말 이원석의 끝내기타로 4-3 승리를 거둔 뒤 2연승으로 플레이오프행 티켓을 따냈고 노경은에게 다시 승리를 따낼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그리고 노경은은 이번 포스트시즌이 끝나기 전 다시 잡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초반 내가 보기에도 공이 안 좋았다. 정규시즌 때는 4일 쉬고 던져도 큰 무리가 없었고 그만큼 휴식일 기간에 큰 신경을 쓰지 않았는데 편한 것이 부작용이 되었는지 팔이 제대로 넘어오지 않았다. 그래서 직구를 던질 때 ‘큰일났다’ 싶었고 동점포도 맞았는데 다행히 이후 병살타도 나오며 고비를 넘기게 된 것 같았다. 포수 (최)재훈이가 타이밍을 끊어준 뒤에 직구가 확실히 가지 않으니 투심 등으로 땅볼을 유도하자는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6회까지 야수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특히 유격수 (김)재호의 수비범위가 넓다보니 도움을 많이 받았다”.
야수들에게 공을 돌린 뒤 노경은은 3이닝 세이브를 올린 홍상삼에게도 고마움을 표시했다. 뒤늦게 인터뷰실에 들어온 홍상삼에게 노경은은 “MVP 상금이라도 줘야 하나”라며 웃었고 홍상삼은 “그럼 주시던가요”라며 좌중을 폭소로 이끌었다. 5일 전 눈물을 쏟았던 노경은은 호투로 선발승을 거둔 뒤 동료들과 함께 환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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