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식기 동안 아무래도 타선의 감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던 LG다. 그 여파는 1차전에서 잘 드러났다. 그리고 이제 LG앞에는 두산의 ‘1+1’ 선발 카드가 기다리고 있다. 서로 다른 유형의 투수들을 모두 공략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는 가운데 정규시즌의 감이 되살아날지가 2차전의 최대 관심거리다.
LG는 16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의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2-4로 졌다. 2002년 이후 가을잔치의 첫 판에서 허무하게 물러났다. 패인은 여러 가지였다. 초반 상대 선발 노경은을 좀 더 거세게 몰아붙이지 못했고 결정적인 순간 나온 실책 2개가 모두 실점으로 연결되는 매끄럽지 못한 장면도 있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신경 쓰이는 부분은 타자들의 감이 떨어져 있다는 것이 확인됐다는 점이다. 병살타도 두 개나 나왔다.
올 시즌 팀 타율 3위를 기록하며 남부럽지 않은 방망이를 뽐낸 LG는 이날 노경은과 홍상삼을 상대로 4안타를 치는 데 그쳤다. LG에는 전형적인 홈런 타자가 많지 않다. 타선의 응집력으로 승부를 봐야 하는데 휴식기가 꽤 길었던 타자들의 감은 상대적으로 떨어져 있었다. 특히 하위타선은 11번의 타석에서 단 하나의 안타도 때려내지 못하며 두산 마운드를 도와줬다. 경기 막판에는 조급함 때문에 볼에도 방망이가 나가는 장면이 여럿 눈에 띄었다.

1차전 패배를 타선의 회복과 맞바꿀 수 있으면 다행인 LG다. 이런 LG는 17일 잠실구장에서 열릴 2차전에서 두산 선발 이재우를 상대한다. 이재우는 올 시즌 LG를 상대로 4경기에 나서 5⅓이닝을 던지며 1승 평균자책점 5.06을 기록했다. 넥센과의 준플레이오프 4차전에서는 5⅔이닝 동안 1실점으로 잘 버티며 팀의 기사회생 발판을 놓은 기억이 있다.
전반적인 표본이 많지 않은 가운데 LG에서는 김용의(타율 .667) 오지환(.500) 이진영(.333) 정도가 이재우에게 강한 면모를 선보였다. 역시 좌타자들이 제 활약을 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마냥 이재우에만 포인트를 맞추기 어렵다는 것이 문제다. 3·4차전에 더스틴 니퍼트와 유희관이라는 카드를 가지고 있는 두산은 2차전에 이재우에 이어 데릭 핸킨스의 투입이 유력하다. 이재우가 흔들린다면 2·3회라도 언제든지 투수 교체를 통해 승부를 볼 수 있다.
핸킨스는 올 시즌 LG와의 1경기에 나서 6이닝 5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됐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이재우와 핸킨스는 다른 유형의 투수다. 우완 정통파라는 점만 같을 뿐 나머지에서는 그다지 큰 공통분모를 찾을 수 없다. LG로서는 이재우 뿐만 아니라 핸킨스까지 머리에 넣은 큰 그림이 필요한데 1차전에서 타선이 부진했다는 점을 생각하면 의외로 쉽지 않은 과제가 될 수 있다. 넥센도 준플레이오프 4차전에 두 투수를 모두 공략하는 데 실패하며 경기에서 졌던 기억이 있다. 김기태 LG 감독의 용병술, 그리고 타자들의 집중력이 중요한 이유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