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가 11년 만에 맞이하는 포스트시즌 첫 경기서 패했다. LG는 16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1회말 이병규(7번)의 2점홈런과 선발투수 류제국의 5⅓이닝 2실점 1자책점 호투에도 2-4로 무릎을 꿇었다. 예상치 못했던 베테랑의 실책 2개와 신진세력으로 구성된 하위타선의 무안타 침묵이 LG의 발목을 잡았다.
가장 아쉬운 점은 역시 정성훈의 수비 실책이었다. 정성훈은 1회초 무사 1, 3루에서 최준석의 타구를 홈송구로 처리하는 과정에서 에러를 범해 3루 주자 정수빈을 허무하게 홈으로 들여보냈다. 두 번째 에러는 더 뼈아팠다. 7회초 2사 3루 다시 최준석 타석에서 타자주자 최준석을 1루서 포스아웃 시킬 수 있는 타구를 제대로 포구하지 못해 역전을 허용했다.
6번 타자 김용의부터 윤요섭 손주인 오지환까지 하위타선의 타격 부진도 되돌릴 수 없는 결과를 낳았다. 경기 내내 안타 없이 단 하나의 볼넷만 얻으면서 그야말로 쉬어가는 타선이 됐고 이닝을 허비했다. 상대 투수가 흔들리는 상황에서도 성급하게 배트가 나가 아웃카운트만 늘려갔다. 우려했던 신예 선수들의 포스트시즌 경험 부족이 드러난 순간이었다.

그러나 이들 신진세력이 부족한 점만 비춘 것은 아니다. 유격수 오지환은 1회초 추가점을 내줄 수 있는 위기 상황에서 절묘한 다이빙 캐치로 상대 공격을 끊어버렸다. 포수 윤요섭 또한 자신 만의 스타일로 류제국과 함께 두산 타자들을 요리했다. 손주인과 김용의 역시 안정된 수비로 꾸준히 내야 땅볼을 처리했다. 수비 안정이 타격 상승세로 이어질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정성훈의 부진도 일시적일 확률이 높다. 실제로 정성훈은 시즌 초반에도 잠실구장 그라운드 적응 문제로 몇 차례 에러를 범했었다. 그러자 정성훈은 평소보다 일찍 잠실구장을 찾아 30분씩 따로 수비연습에 임했다. 정성훈의 솔선수범에 신예 선수들도 함께 수비연습에 들어갔고, 이는 LG 내야진 안정에 기폭제가 됐다. 1차전서 에러 2개가 있었지만, 안정적인 포구와 정확한 송구도 보여줬다. 포스트시즌 경험만 17경기에 달하는 정성훈의 수비 부진이 반복되리라 예상하긴 힘들다.
LG 김기태 감독은 1차전을 앞두고 “여행도 떠나기 전의 기대감과 즐거움이 가장 큰 것처럼 처음으로 맞이하는 포스트시즌 또한 경기 전이 가장 설레지 않을까 싶다. 막상 경기가 시작되면 즐거움을 느낄 시간은 없어질 것이다”며 “쉽게 이기면 좋겠지만 그렇게 되지는 않을 것이다. 미디어데이서 말한 것처럼 5경기를 준비하고 있다”고 각오를 다졌다.
설렘과 긴장은 끝났다. 1차선 1번부터 5번까지 상위 타선은 안타와 볼넷으로 모두 출루에 성공했다. 마운드에 오른 투수들 또한 자신의 공을 마음껏 던졌다. 기선제압에는 실패했지만, 플레이오프 시리즈는 이제 막 시작했을 뿐이다. 신구조화의 톱니바퀴가 조금만 더 맞물린다면, 얼마든지 반격의 끈을 당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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