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 ‘확률 75.9%’ 두산, 방심은 절대 금물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3.10.17 10: 40

29번 중 22번 성공 전례를 남긴 경기를 이겼다. 한국시리즈 진출 확률은 75.9%. 그러나 방심해서는 안 된다. 준플레이오프 최종 5차전까지 접전으로 치르고 올라온 팀. 그리고 4년 전 2연승을 거두고 3경기를 내리 패한 아픈 기억도 있다. 빨리 이기고 좀 더 많이 쉬는 것이 팀 입장에서도 더 좋다. LG와의 플레이오프 1차전을 승리한 두산 베어스. 마음을 놓기는 아직 한참 일렀다.
두산은 16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3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LG와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선발 노경은의 호투와 홍상삼의 3이닝 세이브를 앞세워 4-2 승리를 거뒀다. 5전3선승제 시리즈에서 1차전을 먼저 잡고 유리한 고지를 점하는데 성공했다.
1986년 처음 도입된 플레이오프는 지난해까지 총 29번 있었다. 그 중 22번이 1차전 승리팀에서 한국시리즈 진출 티켓을 따냈다. 1차전 승리팀의 한국시리즈 진출 확률이 75.9%에 달한다. 두산으로서는 준플레이오프 5차전 혈전의 후유증을 최소화하며 심리적인 우위까지 가져갈 수 있게 된 1차전 승리다.

그러나 그 반대의 경우도 7번이 있었다. 24.1%로 2할4푼1리. 그 중 두산은 첫 경기 패배 후 연승으로 전세를 뒤집은 전례 두 차례를 남겼다. 2000년 LG와의 플레이오프와 2001년 현대와의 플레이오프가 두산의 성공담. 반대로 두산은 2009년 SK와의 플레이오프서 2연승 후 3연패 쓰디 쓴 잔을 들이키며 한국시리즈를 주변인으로 지켜본 적도 있다.
1차전 승리 뒤로 두산은 넥센과의 준플레이오프 5경기를 다 치르고 체력적인 피로도를 안고 LG와의 플레이오프를 치렀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경기 감각이 점차 고양되며 LG와의 1차전서는 넥센과의 준플레이오프와 달리 좋은 경기력을 보여줬으나 일격으로 피로 누적도가 선수단 분위기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
주장 홍성흔은 포스트시즌 시작과 함께 “창단 처음으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넥센과 11년 만에 가을 야구 무대에 오른 LG는 그 자체로 기쁨일 테지만 우리에게는 생계가 달린 문제다. 최근 몇 년 간 꾸준하게 포스트시즌에 올랐던 만큼 기대치에 맞는 성적을 올리려면 절박하게 다가서야 한다”라는 점을 강조했다. 넥센과의 준플레이오프 첫 두 경기를 패한 뒤 두산 선수들은 스스로 ‘우리는 올라간다’라며 이미지 트레이닝을 했고 일단 1차 성공을 거뒀다.
그러나 첫 경기 승리에 도취되어 2차전을 내줄 경우 두산이 역습의 희생양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도 없다. LG는 준플레이오프 기간 동안 쉬지 않고 연습경기를 치렀고 단순히 경기 감각을 위한 것이 아니라 타자들의 밀어치기와 상대 타자의 분석 데이터를 토대로 수비 시프트를 잡는 훈련 등을 해왔다. 실제로 6회 1사 1,3루 김재호 타석서 LG는 김재호의 밀어치기에 대비한 내외야 수비 시프트를 펼쳤고 결과는 2루수 직선타와 1루 주자 최재훈의 귀루 실패로 인한 더블 아웃으로 이어졌다.
더욱 냉정한 마음으로 플레이오프를 치러야 할 두산이다. 두산은 올 시즌 강력한 야수층에 대해 높은 점수를 받으며 우승후보로 평가받았으나 승부처에서 고개를 제대로 넘지 못하고 결국 페넌트레이스 4위로 준플레이오프부터 시작했다. 시즌 종료 시까지 순위 경쟁이 치열했다고 해도 결국 최종전을 아깝게 내주면서 2위 등극 기회에서 4위로 끝을 맺은 두산이다. 페넌트레이스 동안 승부처를 못 넘던 두산이 불의의 일격을 또 맞을 가능성은 분명히 있다.
2013년 포스트시즌은 두산 선수단에게도 자존심이 달린 문제다. 5위에 그친 2011시즌을 제외하고는 2007년부터 꾸준하게 포스트시즌 컨텐더가 된 두산이지만 지난해까지 가을 야구 성적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떨어졌던 전례를 기억해야 한다. 지난해 4위로 진출한 뒤 플레이오프까지 진출했던 롯데는 그냥 페넌트레이스 성적 기준으로 4위로 기록되었다. 첫 경기 승리에 도취되어 LG를 꺾지 못한다면 두산은 그냥 우승권과 거리가 있는 4위 팀으로 2013년 역사에 남는다. 절박함의 끈을 놓으면 두산은 예년에도 그랬듯이 또 떨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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