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나라에 알콜, 마약, 도박, 게임 등 4대 중독이 만연해 있다. 괴로워 몸부림치는 개인과 가정을 치유하고 환경을 개선해 이 사회를 악에서 구해야 한다. 게임에서처럼 그냥 죽여보고 싶었다는 '묻지마 호기심 살인'이 잇따르고 있다. 현실과 가상세계를 구별하지 못하는 게임중독의 비극이다."(새누리당 황우여 대표 최고의원).
"원내대표가 국감 기간에 온라인게임 캐릭터로 분장하고 트위터에 사진을 올리는 걸 보고 민주당의 24시 비상국회 운영의 결과물이 이런 것이었구나 하는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새누리당 정우택 최고위원)
지난 2월 25일 출범한 박근혜 정부의 핵심정책 중 하나는 창조경제다. 창조경제의 중심에는 수출의 선봉장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게임산업과 청소년문화의 주류라고 할 수 있는 e스포츠 산업이 자연스럽게 포함되어 있다. 특히 게임산업은 창조경제 5대 킬러 콘텐츠로 평가 받을만큼 박근혜 대통령의 육성의지는 강했다.

하지만 대통령이 내세우는 정책 취지와는 무관하게 주요 정부 부처와 새누리당 국회의원들을 중심으로 게임업계 깎아내리기는 잠시도 쉴 틈이 없다. 심지어는 국내 최대 게임쇼 지스타가 열리는 부산 해운대 지역구 서병수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 4년간 지스타로 부산 지역경제 발전에 크게 이바지했던 게임산업을 겨낭한 법안에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
실제로 부산은 지난해에도 지스타 유치로 인해 30만명에 가까운 관람객을 유치했으며, 그 결과 생산유발액 608억원, 부가가치유발액 294억원, 소득유발액 113억원 등 총 1015억원의 경제적 효과를 올렸지만 게임산업 죽이기에 동참한 새누리당의 행보에 세계적인 게임쇼를 표방한 국내 최대 게임쇼 지스타는 올해 사상 유례없는 업체들의 불참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현재 분위기를 고려하면 게임산업과 e스포츠 모두 설자리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 그들의 말대로 차라리 나가서 하는게 속이 시원할 판 이다.
17일 오후 e스포츠팬들을 중심으로 게임팬들이 들고 일어났다. 바로 새누리당 정우택 최고의원이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에서 "국정감사의 선봉자이자, 지휘관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원내대표가 국회에서 국정감사기관에 온라인 게임 캐릭터로 분장을 하고 트위터에 사진을 올리는 모습을 보며 국민들은 ‘그동안 민주당이 준비했던 24시 비상국회 운영의 결과물이 이런 것이었구나’ 하는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소통도 좋지만 진중한 자세로 국정감사에 임하는 모습을 기대한다"라고 발언한 내용이 도마위에 오른 것.
정우택 새누리당 최고의원은 지난 16일 한국e스포츠협회장을 맡고 있는 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의 '리그 오브 레전드(LOL)' 코스튬플레이를 꼬집으면서 진중하게 국정감사에 임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전병헌 의원이 'LOL 시즌3 월드챔피언십(이하 롤드컵)'서 한국 팀이 우승할 경우 코스튬플레이를 하겠다고 공약을 걸었다는 사실이 알려지고, 점심시간 30분을 이용해 코스튬 플레이를 했다는 알려지자 누리꾼들이 질타를 시작했다.
누리꾼들은 "LOL의 인기가 얼마나 높아서 그러는지 모르는 듯. 너무 막혔다. 감사에 소홀했다기 보다는 약속을 지킨 것 뿐인데" "약속을 지키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닌지. 특히 정치하는 사람으로서 대중들과 약속을 했다면 비난받을 일은 아닌거 같다" "e스포츠 업계의 일을 정치판으로 걸고 넘어지는건 좀 아닌 듯" "어린 팬들과 약속은 안 지켜도 된다는 것인가" 등 곱지 않은 시선들을 보내고 있다.
틈만 나면 게임산업이나 e스포츠를 깎아내리기 바쁜 새누리당 국회의원들과 달리 게임산업이나 e스포츠 관련업은 젊은 대중들에게는 뜨거운 관심사다. 지난 롤드컵 기간만 해도 한국 주요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는 '롤드컵' '페이커' 'SKT T1' '온게임넷' '조은나래' 등 LOL 관련 검색어가 인기 순위 10위안에서 심심찮게 절반을 넘길 정도였다.
아직 젊은 세대가 중심이지만 대중들에게 높은 지지를 얻고 있는 콘텐츠를 우스운 볼거리 정도로 내려다보는 시선은 세상을 너무 구시대적 기준으로만 보는 것이 아닐까. '품격'과 '품위'가 시대착오를 기반으로 얻어질 수는 없다.
scrapp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