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속에서 일과 사랑, 그리고 자신에 대한 당당함까지 갖춘 일명 ‘짱짱걸’(멋진 여성을 표현하는 신조어)들이 득세하고 있다. 한 때 여주인공들의 트레이드 마크였던 의존형 ‘캔디렐라’는 조금씩 사라지고,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개척하고 당당하게 일과 사랑을 쟁취하며 심지어 남자 주인공을 ‘구원’하는 여주인공들이 등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러한 트렌드에 발맞춰 MBC 드라마 속에서도 ‘짱짱걸’들의 맹활약을 어렵지 않게 만나볼 수 있다.
주말드라마 ‘사랑해서 남주나’(극본 최현경, 연출 김남원 최병길)에서 큰 패션회사 오너의 딸로 본인도 마케팅 팀장인 은하경(신다은 분)은 대표적인 ‘짱짱걸’이다. 은하경은 회사 경영에는 관심이 없는 오빠 은하림(서지석 분)을 대신해 똑 부러지게 회사 일을 해내며 부모님의 기대를 한 몸에 받는다.
기존 재벌 2세 여성들이 일보다는 사랑에 집착하거나 필요 이상으로 도도하고 화려함에 비중을 두었던 것과 달리, 은하경은 자신의 일에 있어 정확하게 사리분별을 할 줄 아는 커리어 우먼으로 등장한다. 은하경은 부모에게서 물려받은 이득에 대해 솔직하게 인정하면서도 위축되지 않고, 자신이 가지고 있는 능력을 발휘해 마케팅 팀장으로서도 인정받는 인물이다.

무엇보다 은하경은 사람을 대하는 데 있어서도 담백한 모습을 보여준다. 재민(이상엽 분)에게 뜻하지 않은 실수를 했지만 곧 진심을 담은 사과를 건네고, 자신만의 삶을 찾고자 하는 오빠 하림을 위로하기도 한다.
또 앞으로 재민에게 기회가 될 만한 일에도 적극적으로 도움을 줄 예정이라, 두 사람의 관계 또한 기존 드라마에서의 관계를 역전시키며 흥미를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은하경은 사람을 편견 없이 대하고,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항상 솔직담백한 매력이 살아있는 캐릭터로 그려진다. 물론 항상 사랑받고, 가족들에게 지지받으며 살아왔기 때문에 악의 없는 실수를 저지르기도 하지만 솔직하게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고 잘못을 인정하는 모습은 ‘짱짱걸’이라 불러도 손색없을 만하다.
수목드라마 ‘메디컬탑팀’(극본 윤경아, 연출 김도훈 오현종)의 여 주인공인 서주영(정려원 분) 역시 대표적인 ‘짱짱걸’이다. 흉부외과의로서 뛰어난 실력을 갖추고 있는 서주영은 자신의 능력에 대한 자부심과 성공을 위한 야망을 감추지 않는다. 기존 의학 드라마에서 주로 여자 주인공들의 위치가 인턴이나 레지던트 등에 머무르며, 집도 외과의인 남자 주인공을 지원했던 것과 달리 서주영은 수술을 집도하는 조교수로 등장한다. 뿐만 아니라 VIP 수술을 집도할 수 있을 정도로 뛰어난 실력을 가진 외과의사다.
또 단순히 외과의로서의 능력 뿐 아니라 환자를 위하는 의사로서의 태도까지 갖추고 있다. 기존 의학드라마처럼 좌충우돌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보다 이미 일정 정도의 실력을 갖추고, 합리적인 선택을 내리는 서주영 캐릭터는 색다른 매력을 선사하고 있다.
무엇보다 천재적인 외과의로 등장하는 박태신(권상우 분)과 외과의로서의 경쟁 구도까지 형성하며 팽팽한 긴장감을 드러냈다. 박태신의 천재적인 실력으로 인해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서주영은 인간적인 고뇌도 드러낸 바 있으며, 앞으로도 박태신과의 대결 앞에서 외과의로서 자부심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할 예정이다. 지나치게 냉정한 실력지상주의를 표방하거나, 아니면 인간적인 모습만을 부각해 왔던 기존 여 주인공과 달리 서주영은 조직 내에서의 고뇌 등도 함께 부각하며 의학드라마에서 보이지 않았던 여성 캐릭터의 모습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일일 드라마 ‘제왕의 딸, 수백향’(극본 황진영 연출 이상엽 최준배)의 타이틀 롤인 수백향(서현진 분) 역시 사극 속의 대표적인 ‘짱짱걸’이다. 기존 사극에서 여 주인공의 성공스토리는 흔하게 다뤄져왔지만, ‘제왕의 딸, 수백향’은 치열한 첩보전이 진행됐던 삼국 시대를 배경으로 여성 스파이(첩자)의 이야기를 다뤘다는 점에서 차별점이 돋보인다. 또한 천한 신분에서 조금씩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며 최고의 자리에 올랐던 기존 사극 속 여주인공과 달리, 수백향은 비극적 운명을 타고난 공주로서 나라를 위해 희생하는 스파이라는 점에서 더욱 특별하다.
설난(서현진 분)이라는 이름으로 자라게 되는 수백향은 어린 시절부터 남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여동생을 끔찍하게 아끼는 설난은 어린 시절부터 동생 설희(서우)를 보호하기 위해 뱀을 쫓아내는 등 여자 아이로서는 보기 드문(?) 용기까지 보여준 바 있다. 또한 앞으로 설난은 백제의 첩보 기관인 ‘비문’으로 들어가 스파이로서의 교육을 받으며 강도 높은 액션 또한 선보일 예정이다. 동생에게 신분을 빼앗긴 채 동생을 대신해 죽을 수도 있는 인물이 되는 설난은 비극적 운명을 돌파해 나가는 모습으로 제대로 ‘짱짱걸’의 모습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처럼 항상 재벌 2세인 남 주인공에 기대 살아가던 ‘민폐녀’ 여 주인공이 사라진 자리는 자신의 삶을 적극적으로 개척해 나가는 ‘짱짱걸’들이 대신 차지했다. ‘사랑해서 남주나’의 은하경은 개념있는 ‘재벌 2세 상속녀’고, ‘메디컬 탑팀’의 서주영은 오로지 자신의 능력만으로 실력있는 흉부외과의가 된 자수성가형 인물이다. ‘제왕의 딸, 수백향’의 설난 또한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을 극복하며 살아가는 새로운 캐릭터다. 이처럼 화려하고 능력있지만, 동시에 개념까지 갖춘 ‘짱짱걸’인 이들이 앞으로 어떤 이야기를 꾸려 나갈지 기대해 보는 것 또한 드라마를 보는 또 다른 재미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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