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크스 하나 정도도 없는 사람은 없다. 운동선수들은 특히 더 그렇다. 징크스 하나하나, 외부적 상황 하나하나에 민감한 경우가 많다. 김기태 LG 감독도 그랬다. 1차전 패배 이후 자신부터 주변을 바꿈에 따라 분위기 쇄신에 나섰다.
김기태 LG 감독은 17일 잠실구장에서 열릴 두산과의 플레이오프 2차전을 앞두고 “잠은 잘 잤느냐”라는 취재진에 질문에 “잘 잤다”라고 웃었다. 김 감독은 1차전을 앞두고는 “잠을 조금 설쳤다”라고 솔직하게 대답했었다. 이에 대해 김 감독은 “엊그제는 소파에서 잤는데 오늘은 침대에서 잘 잤다”라고 웃으며 대답했다.
숙면 여부 이외에도 변한 것이 꽤 있었다. 김 감독의 유니폼도 바뀌어져 있었다. 김 감독은 1차전에서 10월 5일 잠실 두산전 승리 당시 입었던 유니폼을 입었다. 당시의 좋은 기억이 이어지기를 바라는 심정이었다. 그러나 김 감독의 바람은 이뤄지지 않았고 LG는 1차전에서 졌다. 그러자 김 감독은 2차전을 앞두고 유니폼을 바꿨다. 김 감독은 “한 번도 입어본 적이 없는 유니폼”이라고 했다.

식사 패턴도 바꿨다. 김 감독은 “오늘은 아침을 먹지 않고 점심을 먹었다”라고 했다. 역시 어제와는 반대였다. 전날의 나쁜 기운을 떨치려는 일종의 자기주문으로 해석할 수 있다. 결과도 다르기를 바랐다. 김 감독은 “오늘은 감독 인터뷰를 나중에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원래 패장이 먼저, 승장이 나중에 인터뷰를 한다. 승리에 대한 열망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긴장한 것 같지만 김 감독은 여유를 잃지 않았다. 김 감독은 “별도의 팀 미팅은 하지 않았다. 투수들만 차명석 투수코치가 따로 모아 간단한 이야기를 했다”라고 했다. 다만 2차전을 반드시 잡아야 겠다는 의지는 곳곳에서 드러났다. 김 감독은 “(상대 선발) 이재우에 대한 분석을 했다”면서 “결과는 봐야 아는 것이겠지만 아무래도 선발은 리즈 쪽이 좀 더 높지 않나 생각한다”면서 그에 맞는 맞춤형 전략을 짜겠다고 공언했다.
전날 패배를 깊이 복기했다는 김 감독은 “오늘 이기면 우리가 다시 ‘강한 팀이구나’라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오늘이 중요하다”면서 전의를 다졌다. 한편 김 감독은 “투수들의 구위가 괜찮다. 회전력이 많이 좋아졌더라”라고 기대를 드러냈다. LG가 시리즈 전적을 원점으로 되돌리며 시리즈 구상을 다시 짤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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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