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 선발 투수가 정말 잘 던졌다. 그 바탕은 최고 160km의 광속투. 그리고 그동안의 여독이 묻어나온 것처럼 타자들의 방망이는 느려진 배트 스피드로 ‘100마일 사나이’를 공략하지 못했다. 넥센과의 준플레이오프 혈전을 치르고 LG 트윈스와 플레이오프를 치르고 있는 두산 베어스 타선은 그 피로도를 여실히 보여줬다.
두산은 17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와의 플레이오프 2차전서 상대 선발 레다메스 리즈의 벽을 넘지 못하고 0-2로 패하고 말았다. 이날 패배로 두산은 16일 1차전 4-2 승리의 프리미엄을 누리지 못한 채 전적 1승1패로 19일 3차전을 기다리게 되었다.
이날 두산 타선의 총 안타는 1개. 상대 선발 리즈를 상대로도 단 한 개에 그쳤다. 4회까지 노히트로 끌려가다가 5회초 홍성흔의 3루 내야안타로 간신히 무안타 굴욕에서 벗어났다. 경기 내용 면에서 두산은 리즈에게 완벽하게 휘둘리고 말았다.

한국 무대에서 이미 수 차례 160km 이상의 공을 구사했던 리즈는 이날 스산한 가을 날씨에도 7회초 김현수 타석에서 최고 160km의 직구를 던지며 두산 타선에 힘으로 맞붙었다. 긴 팔을 바탕으로 빠른 팔스윙을 보여주는 광속투의 리즈는 거침없이 155km 이상의 빠른 직구를 던지며 두산을 위협했다.
그런데 두산 타선은 5회 잠시 완급 조절을 했던 것을 제외하고는 직구 위주 투구를 펼친 리즈를 공략하지 못했다. 배트 스피드 자체가 리즈의 공을 공략하기는 무리가 있었다. 넥센과의 준플레이오프에서 4경기 연속 한 점 차, 3경기 연속 끝내기, 연장전 세 차례를 치러 선수들의 피로가 극심한 상태. 16일 1차전서 4-2로 이겼다고 하더라도 정신적인 해갈은 될 지 언정 몸에 쌓인 피로까지 확실하게 풀어줄 수는 없다.
약점이 보이면 상대는 그 틈을 집요하게 공략하게 마련. 리즈는 실투 통타의 위험을 뒤로 하고 거침없이 자신의 빠른 직구를 던져댔다. 8번 타자 포수 양의지를 제외하고는 모두 준플레이오프에서 꽤 깊은 피로도를 호소 중인 선수들이며 양의지도 몸 상태가 좋지 못해 최재훈에게 출장 기회를 넘겨줬던 선수다. 공백기가 있던 만큼 100%의 실전 감각을 기대하는 것도 무리가 있다.
결국 두산은 느려진 방망이를 부여잡고 리즈의 광속 공습에 그대로 당해야 했다. 경기가 없는 18일 두산은 오후 훈련을 치르고 리츠칼튼 호텔에서 합숙하며 오후 2시 낮경기로 치러질 3,4차전을 준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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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손용호 기자 spjj@osen.co.kr, 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 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