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 ‘PS 즐기는’ 박용택, 새로운 가을 사나이?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3.10.18 06: 41

흔히 “노력하지 않는 자는 노력하는 자를 이길 수 없고, 노력하는 자도 즐기는 자는 이길 수 없다”는 말을 하곤 한다. 그 말이 사실인 것일까. 11년 만의 포스트시즌에 대해 “재미있다”라고 당당히 말하는 박용택(33, LG)의 방망이가 연일 터지고 있다.
LG 부동의 리드오프인 박용택이자 LG 야수 중 포스트시즌 경험이 있는 7명의 선수 중 하나인 박용택은 두산과의 플레이오프 1·2차전에서 맹활약했다. 타율이 무려 7할1푼3리(7타수 5안타), 출루율은 7할7푼8리에 이를 정도로 고감도 방망이다. 여기에 2개의 2루타까지 때려내며 장타 능력도 과시하고 있다. 후속타가 터지지 않아 득점은 단 1점에 그치고 있지만 박용택의 맹활약은 두산 마운드에 가장 큰 골칫거리로 떠올랐다.
재밌는 것은 2002년 데뷔하며 이미 12번의 시즌을 치른 박용택도 포스트시즌 무대는 낯설다는 것이다. 냉정하게 따지면 박용택은 LG의 어두운 역사와 함께 한 선수였다. LG가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던 것은 박용택이 신인 때였던 2002년 이후 올 시즌이 처음이다. 올 시즌까지 정규시즌에서는 총 1413경기에 뛴 박용택이지만 포스트시즌 출장은 2002년 13경기가 전부다. 어쩌면 ‘유광점퍼’의 한을 대표하는 선수라고도 볼 수 있다.

하지만 박용택은 베테랑답게 긴장하는 법이 없다. 1차전 패배 이후에도 “괜찮다”라는 말을 여러 번 했다. 그리고 자신은 긴장하고 있지도, 지나친 부담을 느끼지도 않는다고 했다. 박용택은 2차전을 앞두고 “적어도 나는 재밌다”라며 이번 포스트시즌에 대한 감상을 밝혔다. 그리고 그런 자세는 맹활약으로 이어지고 있다. 공을 보는 눈이 가장 정확하다는 평가다. 좀처럼 피해갈 구석이 없는 박용택의 존재는 두산 투수들의 힘을 빼는 하나의 요소가 되고 있다.
그리고 이제 박용택은 새로운 가을 사나이 반열에 오를 기세다. 박용택의 2002년 포스트시즌 당시 타율은 2할5푼으로 그렇게 뛰어나지는 않았다. 하지만 KIA와의 플레이오프 때는 타율 3할5푼, 그리고 최종전이었던 5차전 홈런 2개를 폭발시키며 시리즈 최우수선수(MVP)의 선정된 경험이 있다. 가을에 향한 심장은 살아 숨쉰다. 11년이나 긴 공백이 있었지만 그 긴장감을 즐기는 박용택에게는 그리 큰 공백은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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