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에 필요한 아웃카운트가 하나하나씩 쌓일 때마다 1루를 가득 메운 LG 팬들의 함성은 계속 커졌다. 이 함성은 승리가 확정되는 순간 절정에 이르렀다. 3996일 만에 포스트시즌 첫 승의 감격을 맛본 LG의 2013년 10월 17일은 정말 특별했다.
정규시즌 2위 자격으로 플레이오프에 직행한 LG는 17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의 2차전에서 선발 레다메스 리즈의 8이닝 1피안타 10탈삼진 무실점 역투에 힘입어 2-0으로 이겼다. 1차전 2-4 패배를 설욕한 LG는 시리즈 전적을 원점으로 돌려놓은 채 나머지 시리즈에 임할 수 있게 됐다. 팀을 지배하던 압박감도 한결 덜어낼 수 있는 귀중한 승리였다.
1차전 패배가 가뜩이나 포스트시즌 경험이 부족한 선수들을 더 위축시킬 것이라는 우려도 있었다. 결정적인 실책 2개, 그리고 기회 때 집중력 부재로 첫 판을 내준 LG이기에 더 그랬다. 하지만 LG 선수들은 외롭지 않았다. 2002년 이후 첫 포스트시즌에 들뜬 팬들의 열화와 같은 성원이 함께 했기 때문이다. 팬들은 선수들과 같이 즐거워하고, 또 같이 아쉬워하면서 LG의 9이닝을 든든하게 지원했다.

1차전 패배로 응원 열기가 식지는 않을까 걱정했지만 이는 기우였다. 1차전과 비슷하게 두산의 영역인 3루 외야도 ‘유광점퍼’를 입은 LG팬들이 곳곳에 자리했다. 내야와 외야의 팬들이 합세한 목소리는 서라운드로 잠실구장을 쩌렁쩌렁 울렸다. 응원 열기에서는 절대 밀리지 않는다고 평가받는 두산 응원단의 기세도 11년 만의 포스트시즌을 맞는 LG팬들의 기세에는 눌릴 수밖에 없었다.
경기가 끝난 뒤에는 더 큰 기쁨이 경기장을 타고 돌았다. 보통 경기가 끝나면 퇴장하는 팬들이 대다수지만 이날은 달랐다. LG의 대표 응원가를 같이 따라 부르며 1루의 대다수의 팬들이 경기 종료 20분이 지나서까지도 퇴장하지 않는 풍경이 연출됐다. 퇴장한 팬들 중 상당수는 경기장 밖에서 선수들이 가는 길을 지켜봤다. 선수들 하나하나가 경기장을 빠져나갈 때마다 선수 고유의 응원가가 잠실구장 밖에 울려퍼졌다. 이런 물결은 경기 종료 후 1시간이 넘도록 잠실구장을 뒤덮었다.
이런 감격은 선수단, 그리고 팬들 뿐만 아니라 구단 직원들에게도 마찬가지였다. 그간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해 속을 태웠던 구단 직원들은 팀의 승리가 확정되는 순간 남몰래 서로의 손을 맞잡으며 조용히 3996일 만의 승리를 자축했다. LG라는 이름으로 뭉친 모든 구성원들에게 의미가 남달랐던 2013년 10월 17일이었다. 이제 1승이라는 단맛을 본 LG는 오는 19일 시작될 3차전에서 더 큰 꿈을 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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