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고했다. 네가 앞으로 더 해줘야 할 일이 많다".
지난 9월 말. 넥센 히어로즈의 포스트시즌 진출이 확정된 뒤 이강철 넥센 수석코치는 팀의 우완 송신영(36)의 어깨를 두드리며 나즈막하게 말했다.
올 시즌 넥센의 수석코치를 맡아 처음 팀의 일원이 된 이 코치는 대외적으로 '침묵'의 아이콘이다. 이 코치는 평소 언론 인터뷰도 되도록 사양하고 염경엽 감독이나 선수들을 앞으로 내세운다. 이 코치는 "수석코치 자리는 티가 안나고 조용할 수록 일을 잘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코치가 항상 끊임없이 대화를 하고 눈을 떼지 못하고 있는 선수들이 있으니 좌완 강윤구(23)와 한현희(20)다. 이 코치는 강윤구의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강윤구가 자신에게 맞는 피칭 폼만 제대로 찾는다면 앞으로 넥센의 10년을 책임질 선발 자원이 될 것이라는 것이라고 생각하며 그와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한현희 역시 넥센의 차기 마무리감이다. 입단 첫 해였던 지난해부터 팀의 필승조로 나선 한현희는 올 시즌 '잠수함'의 원조격인 이 코치를 만나 한층 부드러운 폼으로 연투에도 힘이 떨어지지 않는 강한 모습을 보였다. 이 코치는 "사이드암은 허리를 잘 써야 오래 던져도 팔이 아프지 않다. 한현희가 그 부분에서 많이 좋아졌다"고 칭찬했다.
이 코치는 해태에 입단한 1989년부터 지난해까지 2000년(삼성)을 빼놓고는 쭉 한 팀에서만 선수와 코치 생활을 했다. 그의 넥센행은 스스로에게도 도전이었다. 그러나 새 팀에서의 수석코치 생활은 큰 공부가 됐다. 이 코치는 "새 팀에서 1년을 보낸 것이 많은 도움이 됐다. 야구를 보는 눈이 넓어진 것 같다"고 1년간의 성과를 밝혔다.
염 감독과 이 코치가 나란히 취임한 올해 넥센은 창단 첫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하며 화려한 한 해를 보냈다. 비록 준플레이오프에서 탈락했지만 이 코치는 "올 시즌 성적은 모두 선수들이 잘해준 덕분이다. 올해 처음으로 가을야구를 경험한 만큼 더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며 올해 최선을 다한 선수들을 격려했다.
한 가지 안타까운 점은 이 코치가 넥센에 오면서 가장 기대했던 김병현(34)이 좋은 모습을 되찾지 못한 것이다. 김병현은 시즌 초반부터 쭉 2군에 머물러 있다. 9월 확대 엔트리 때 잠시 1군에 올라왔지만 부진한 모습을 보인 뒤 바로 2군에 내려갔다. 이 코치는 "더 많이 옆에서 시간을 보내며 좋았을 때의 모습을 찾아주고 싶었는데 아쉽다"고 말했다.
이강철 코치에 따르면 수석코치는 잘하면 티가 나지 않아도 못하면 티가 나는, 집안의 '살림꾼' 같은 자리다. 이 코치 역시 올 시즌 조용히 묵묵하게 자신의 역할을 수행했다. 염 감독을 보좌하고 선수들을 두루 살피는 기본적인 역할에 누구보다 충실했던 이 코치가 팀에도, 자신에게도 특별했던 한 시즌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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