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망이는 무뎠다. 체력 소모는 투수 구위보다 타자 방망이에 영향을 더 미쳤다. 두산이 전날 보여준 방망이가 그랬다.
두산은 지난 17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와의 플레이오프에서 LG 선발 리즈 공략에 실패해 0-2로 졌다.
두산 타선은 리즈를 상대로 단 한 개의 안타만 때렸고 삼진은 10차례 당했다. 5회 나온 홍성흔의 내야안타가 이날 두산의 유일한 안타. 리즈에게 강했던 두산 방망이가 힘을 쓰지 못했다. 체력이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는 증거다.

두산은 지난 8일 넥센과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부터 전날 LG와의 플레이오프 2차전까지 10일 동안 7경기를 치르는 강행군을 해왔다. 넥센과의 5경기 중 3차례가 연장 접전이었다. 연장 14회까지 가는 경기도 있었다. 체력 소모가 극심해졌고 리즈에게 강했던 두산 방망이가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는 침묵했다.
올해 리즈는 두산을 상대로 4경기 등판해 20⅓이닝 동안 20피안타 17실점(11자책)을 기록하며 평균자책점은 4.87이다. 8개 구단 가운데 상대 전적이 가장 좋지 않다. 3패(1승)도 떠안았다.
김현수가 11타수 4안타(1홈런) 타율 3할6푼4리에 5타점으로 리즈 ‘천적’이었다. 홍성흔도 10타수 4안타(1홈런) 3타점으로 리즈에게 강했다. 정수빈도 5타수 2안타로 리즈 공을 공략했다. 정규리그에서 두산 타자는 리즈의 광속구에 밀리지 않는 성적을 보였다.
하지만 전날은 배트 스피드가 리즈의 공을 따라가지 못했다. 160km에 육박하는 광속구와 130km 후반의 슬라이더에 잇따라 두산 방망이가 허공을 갈랐다. 정수빈은 3차례 삼진을 당했고 김현수와 홍성흔도 각 한 차례 삼진으로 봉쇄됐다. 정규리그 팀 타율 1위가 무색했다.
포스트시즌 주전 유격수로 활약하고 있는 김재호는 전날 “지치지 않았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경기에 나가면 지쳤다는 사실을 모르고 경기를 한다”고 했다. 황병일 두산 수석코치도 포수 최재훈을 선발에서 제외한 것을 두고 “지금까지 너무 잘 해줬지만 조금 지친 게 사실이다”고 했다.
체력적인 부담이 두산 선수들의 방망이를 조금씩 갉아먹고 있다. 두산 마운드는 비교적 호투를 이어가고 있다. 전날 이재우가 조기 교체됐지만 준플레이오프에서부터 유희관과 노경은, 니퍼트가 제 몫을 해줬다. 불펜도 어느 한 명에 의존하지 않고 두루 활용되고 있다.
하지만 타선은 어느 정도 주전이 정해져 있는 상황. 10일 동안 7경기를 치르는 강행군 속에 두산 방망이가 지쳤고 이 부분이 전날 리즈를 상대로 두드러졌다. 광속구를 방망이가 따라가지 못했다.
두산은 정규리그 팀 타율 1위 팀이다. 도루도 1위다. 방망이가 터져야 특유의 뛰는 야구도 가능해진다. 18일 하루 쉬는 두산이 방망이 감을 회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체력 소모가 점점 심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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