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저께TV] '상속자들' 반복된 우연 이게 최선입니까?
OSEN 황인혜 기자
발행 2013.10.18 07: 38

SBS 수목드라마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상속자들'(극본 김은숙 연출 강신효, 이하 상속자들)‘ 속 우연이 반복되고 있다. 김은숙 작가의 작품답지 않게 근본적인 스토리의 약점을 버라이어티한 요소들과 배우들의 비주얼, 단적인 에피소드로만 채우려는 듯 예상 가능한 전개가 펼쳐져 시청자 아쉬움을 사는 중이다. 다행히 캐릭터에 맞춤양복을 입은 듯한 이민호의 열연과 박신혜의 환상 케미가 극의 재미를 더하고 있다.
17일 방송된 ‘상속자들’에서 김탄(이민호 분)과 차은상(박신혜 분)이 한 집에서 재회했다. 스스로 유배생활을 접고 귀국한 김탄은 차은상이 한 지붕 아래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차은상은 김탄네 가사 도우미 박희남(김미경 분)의 둘째 딸이다. 미국에 있는 큰 딸에게 보증금을 빼서 주고 갈 곳이 없어진 박희남은 딸 차은상과 함께 김탄의 집에 머물고 있다.
한국에서, 그것도 김탄의 집 부엌에서 두 사람이 만났지만 이 장면이 극적으로 다가오지 않는 건 왜일까.

김탄이 미국에서 은상과 그의 언니 차은서(윤진서 분)가 실랑이를 하는 모습을 목격한 이후 두 사람은 어디를 가든 굴비 엮이듯 한 묶음처럼 움직였다. 미국에 있을 때도 둘은 한시도 떨어지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서로에 대해 속속들이 알게 됐다. 김탄의 배다른 형제인 김원(최진혁 분)이 사람들의 시선을 피해 잔인한 독설을 날릴 때도 은상은 우연히 엿듣게 됐다.
김탄 역시 갈 곳 없는 은상을 자신의 집에 재워주면서 엄마와의 통화내용을 엿들었으니 두 사람은 제 입으로 시시콜콜 말하지 않았지만 말 못할 속사정까지 아는 관계로 발전했다. 우연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김탄은 약혼녀 유라헬(김지원 분)을 배웅하는 길에 한국으로 떠나는 은상을 우연히 목격하고, 라헬과 은상은 우연히 같은 비행기를 타고 태평양을 건너게 된다.
우연이 반복되면 운명이라는데, 초반부터 운명론이 과하다 보니 긴장감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은상은 제국고 전학 첫날부터 김탄과 또 '우연히' 만날 예정이다. 예상했던 바다. 사회배려자집단인 은상이 재벌가의 아이들에게 시달리는 그림은 안봐도 비디오고, 그 중심에 김탄의 약혼녀 유라헬이 있으리라는 것도 이 드라마를 보지 않더라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4회분동안 주요 인물의 관계도를 설명하고 해외 로케 촬영으로 화려한 볼거리를 보여주는데 시간을 할애했다면, 이제부터는 10대 상속자들을 통해 하고 싶은 이야기의 맨 얼굴을 드러내야 할 때다. 명문사립귀족고등학교를 배경으로 재벌남과 캔디녀가 등장, '꽃보다 남자'를 떠올리게 하는 기시감이 있지만 스토리를 변주할 수 있는 요소들은 충분하다.
더이상 우연에 기대지 않고, 정교한 플롯과 뚜렷한 주제의식이 드러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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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상속자들'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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