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프랜차이즈 스타 박용택(34)은 지난 9월 17일 문학 SK전을 마친 시점에서 이미 포스트시즌 무대를 바라보고 있었다. 당시 박용택은 5타수 3안타로 맹활약, 8월에 다소 주춤했던 타격 페이스가 올라온 거 같다는 질문에 “꾸준히 페이스를 올릴 것이다. 포스트시즌에는 아마 200% 폭발하지 않을까 싶다”고 웃었다.
박용택에게 지난 11년은 고난의 세월이었다. 리그 최정상급 타자로 자리했지만, LG는 박용택의 활약과는 무관하게 고전했다. 초라했던 팀 성적표가 한 해 한 해 쌓여갈수록 박용택의 가슴도 까맣게 타들어갔다. 박용택은 “내가 팀의 중심이 돼야 했는데 팀 성적은 기대치를 밑돌았다. 책임감이 무겁게 억눌러온 지난 10년이었다”고 고개를 숙였었다.
그만큼 가을잔치에 대한 기억은 뚜렷했다. 박용택은 지난 12일 구리구장에서 플레이오프에 대비한 팀 연습을 마친 후 “2002년 포스트시즌 때는 정말 재미있게 뛰었던 거 같다. 우리가 워낙 오랫동안 가을잔치를 해서 관심도 많이 받았었다. 그래서 그런지 더 신났다”고 했다. 박용택은 2002시즌 플레이오프 5경기서 타율 3할5푼(20타수 7안타) 4타점 3득점으로 시리즈 MVP가 됐었다. 마지막 5차전서 홈런 2개를 터뜨려 한국시리즈를 향한 다리를 놓았다. 이어 박용택은 “이번 포스트시즌에선 아무래도 1번 타자로 나갈 것 같다. 도루도 정규시즌보다는 적극적이지 않을까 싶다. 다쳐도 시즌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뛰려고 한다”고 다짐한 바 있다.

박용택의 말은 현실이 됐다. 정확히는 현재진행형이다. 박용택은 두산과 플레이오프 1차전과 2차전 통합 타율 7할1푼4리로 대폭발 중이다. 특히 2차전에서 4타수 4안타 1타점 1볼넷으로 100% 출루를 달성했다. 5번 출루는 역대 포스트시즌 최다 출루 타이 기록이기도 하다. 두산이 총 7명의 투수를 투입했지만 박용택은 자신과 마주한 3명의 투수를 상대로 모두 안타를 뽑아냈다. 주루플레이 또한 어느 때보다 과감하다. 1차전 3회초 볼넷으로 출루한 후 곧장 2루를 훔친 데 이어 2차전도 베이스를 향해 온몸을 날렸다. 이렇게 박용택은 신인이었던 2002시즌 이후 11년 만에 맞이한 가을잔치서 변함없이 주역이 되고 있다.
덧붙여 박용택은 두 번째 포스트시즌까지 11년의 시간이 걸린 만큼, 더 신중하게, 집중력을 갖고 타석에 임하고 있다고 했다. 박용택은 17일 플레이오프 2차전서 팀 승리를 이끈 후 “11년 전에는 정말 포스트시즌 타석에 서면서 시즌 때처럼 ‘오늘 못하면 내일 치고 올해 못하면 내년 치면 된다’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11년이나 걸렸다”며 “내년에도, 그리고 그 다음에도 포스트시즌에 진출해야 한다. 그러나 마음만큼은 정말 올해가 마지막이라는 생각이다. 그래서 초구도 잘 안치고 공을 많이 본다. 내가 가진 이상의 집중력을 발휘하는 것 같다”고 밝혔다.
팬들이 11년만의 가을잔치서 보여주는 뜨거운 성원에 대한 감사의 표시도 했다. 박용택은 “팬들이 유광점퍼를 입고 경기장을 가득 메운 모습을 보면 뭔가 올라오는, 울컥하는 느낌이 든다. 정말 나도 모르게 짠한 느낌이다”고 붉게 상기된 얼굴로 이야기했다.
가을잔치의 마지막까지 닿고 싶다는 바람도 드러냈다. 그러면서 1, 2차전에서 3, 4번 타자로 나선 이진영과 정성훈의 부활을 자신 있게 전망했다. 박용택은 “정규시즌 1500경기 이상 했던 타자들이다. 다들 스타 기질이 있기 때문에 한두 경기로 문제가 생기지는 않는다. 오히려 그 선수들이 못 치고 이겼다는 게 더 희망적이다. 언제 터질지 모르기 때문이다”며 “그래서 3차전에 미칠 선수는 이진영과 정성훈이라고 본다. 그냥 이렇게 끝날 선수들이 아니다”고 동료들과 함께 LG를 한국시리즈 무대로 올릴 것을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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