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국내외 화제작들이 나란히 개봉, 극장가에 한 차례 변화를 예고했다. 뚜껑을 연 대전에서 승자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그래비티(Gravity)'. 한국영화는 '롤러코스터'와 '밤의 여왕'이 출격했지만 '그래비티'를 따라잡기는 역부족이었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 17일 개봉한 '그래비티'는 이날 전국 605개의 상영관에서 총 11만 1034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누적관객수는 11만 3647명.
이로써 '그래비티'는 줄곧 박스오피스 정상의 자리를 지켜 온 '화이:괴물을 삼킨 아이'(이하 화이)를 비롯해 이날 개봉한 '롤러코스터', '밤의 여왕' 등 한국영화들을 물리치고 오랜만에 국내 극장가를 장악한 외화가 됐다.

이처럼 비수기를 뚫고 사람을 모은 '그래비티'는 물량 공세로 관객들에게 접근하는 SF물이 아니다. 영화는 허블 우주망원경을 수리하기 위해 우주를 탐사하던 스톤 박사(산드라 블록)가 폭파된 인공위성의 잔해와 부딪히면서 그 곳에 홀로 남겨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지구로부터 600km, 소리도 산소도 없는 우주에서의 진짜 공포과 고독을 이야기하며 이는 인간에 대한 성찰로 나아간다. 알폰소 쿠아론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러닝타임은 짧은 편이다.
지난 8월 제 70회 베니스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된 후 평단과 관객 모두에게 호평 세례를 받으며 하반기 화제작이 된 '그래비티'는 빠르게 입소문이 번지고 있어 선전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제 한국영화의 기상도는 어떨까? 2주 연속 박스오피스 정상을 지킨 '화이'가 2위로 밀려나긴 했지만, 2위부터 7위까지를 한국영화가 장악한 모습이다. 김민정, 천정명 주연 로맨틱코미디 '밤의 여왕'은 이날 2만 8595명을 동원, 누적관객수 2만 7336명을 기록하며 4위에 올랐고, 배우 하정우의 감독 데뷔작 '롤러코스터'는 2만 7566명을 모아 누적관객수 3만 1658명을 나타내며 5위로 진입했다.
이로써 한국영화는 2위 '화이'를 시작으로, 3위 '소원', 4위 '밤의 여왕', 5위 '롤러코스터', 6위 '관상', 7위 '깡철이'의 순으로 박스오피스를 도배했다. 역시 17일 개봉한 외화 '러브레이스'는 8위에 머물렀다.
'그래비티'의 등장으로 한국영화들이 중력을 잃을 위험이 있어 보이지만, '화이'가 아직까지 기세를 떨치고 있고, 신작들이 받쳐주고 있는 모양새다. 어쨌거나 외화 화제작과 한국영화들의 빅 매치가 극장가 비수기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는 것 만은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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