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틴 니퍼트(두산)는 자타가 공인하는 국내 최고의 외국인 투수. 2011년 국내 무대에 입성한 뒤 3년 연속 10승 고지를 밟으며 제 몫을 해주고 있다. 외국인 선수의 도움을 받지 못하는 일부 구단들은 '니퍼트와 같은 투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며 부러워하기도.
두산 전력의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한다고 표현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그의 존재 가치는 빛난다. 벤치 입장에서는 가장 믿을 만한 카드라는 건 분명한 사실. 허나 최근 그의 등판 상황을 놓고 본다면 '다소 무리가 아닐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니퍼트는 넥센과의 준플레이오프에 3차례 등판했다. 8일 준PO 1차전에 선발 등판해 6이닝 3실점(6피안타(1피홈런) 5볼넷 3탈삼진)을 기록했다. 이후 두 차례 구원 등판에 나섰다. 4차전서 2이닝 무실점(1피안타 1볼넷) 세이브를 거뒀고 5차전서 2이닝 2피안타(1피홈런) 1볼넷 3탈삼진 1실점을 기록했다.

"팀 승리를 위해서라면 언제든지 등판할 준비가 돼 있다"는 니퍼트의 강한 의지에서 비롯됐다. 김진욱 감독은 LG와의 PO 1차전을 앞두고 "니퍼트가 '(준PO 5차전서) 무조건 던지겠다'는 의사를 보였다. 니퍼트에게 '5차전서 어려운 상황에 등판시켜 미안하다'고 했더니 '홈런을 맞은 게 잘못'이라고 했었다"고 말했다. 이어 김 감독은 "니퍼트는 외국인 선수가 아닌 두산 베어스의 일원"이라며 "내년에도 함께 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덧붙였다.
니퍼트는 17일 PO 2차전서 불펜 피칭을 하며 출격 명령을 기다렸다. 니퍼트가 두산 최고의 투수라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 하지만 에이스 카드를 아낄 필요는 분명히 존재한다. 니퍼트가 "팀 승리를 위해 언제든지 나갈 준비가 돼 있다"고 하더라도 그의 강한 의지를 조금은 막아줘야 하는 게 벤치의 역할이다.
LG에 비해 계투진의 무게감이 떨어진다고 니퍼트 카드만 계속 만지작 거리다보면 결정적인 순간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또한 계투 요원들의 자신감 상실까지 이어질 수도 있다.
두산의 3차전 선발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김 감독은 "니퍼트와 유희관 가운데 한 명"이라고 말했다. 두산의 포스트시즌 마운드 운용 체제의 문제점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총력전인 것은 이해를 하는데 에이스의 품격은 팀에서 지켜줘야 한다. 지금껏 두산이 여기까지 올라온 건 선발진의 힘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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