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수(32, 인천 유나이티드)는 지난 14일 새벽 인천 남동구의 한 술집에서 다른 테이블의 손님 K씨(30)를 때리고 그의 휴대전화를 부순 혐의로 경찰에 불구속 입건됐다. 아직 경찰의 조사가 진행 중이지만 이천수의 혐의는 대부분 사실로 밝혀졌다.
지난 2월 22일 전남이 이천수에 대한 임의탈퇴를 철회하고 인천으로 이적 시키면서 새로운 인생을 살게된 지 고작 8개월이 되지 않아 또 논란이 생겼다.
전남이 당시 이천수의 임의탈퇴를 풀어준 이유는 간단하다. 재능을 가진 이천수에 대한 구제를 위해서였다.

한국 선수로는 처음으로 스페인 프로축구 프리메라리가에 진출해 레알 소시에다드, 누만시아에서 한 시즌을 뛴 이천수는 2005년 국내 리그로 복귀해 울산 현대, 수원 삼성을 거쳐 2009년 전남에 입단했다.
그러나 이천수는 전남에서 뛴 첫 경기부터 심판을 모독해 프로축구연맹에서 중징계를 받았다. 그 해 6월에는 선수단에서 불화 속에 코치들과 물리적으로 충돌하고 구단을 이탈했다.
이천수는 전남의 복귀 요구를 거부하고 사우디아라비아 리그로 떠났다. 이에 전남은 이천수에게 임의탈퇴 조치를 내려 전남의 허락이 없이는 국내 리그에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했다.
이천수는 2011시즌까지 일본 프로축구 오미야에서 뛰었으나 그 뒤로 클럽을 찾지 못하고 무적 선수로 개인훈련을 해왔다.
중국에 이어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진출까지 모색했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았다. 하지만 그의 재능을 아낀 프로축구연맹은 동분서주 했다. 무리하다는 평가까지 받았지만 이천수를 복귀시키면서 K리그의 인기를 되살려보고자 노력했다. 인천도 이에 동참하면서 무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영입했다.
인천 입단 후 이천수는 개과천선한 모습이었다. 과거 잇단 돌출행동을 보인 자신의 과거를 참회하는 듯 그라운드 안팎에서도 성실하고 올바르게 행동했다. 팬들의 믿음도 차츰 두터워졌다.
특히 오는 12월 결혼을 예고하면서 아내의 뱃속에 있던 아기를 위해 '금주'까지 선언했다. 그러나 그 약속은 오래가지 않았다.
설상가상 팬들도 이천수에 대해 호의적인 입장이었다. 출처가 정확하지 않은 게시물은 이천수가 피해자라고 감쌌다. 팬들의 의견은 갈라졌다. '금주'를 어긴 것은 잘못이지만 쉬는 날 가볍게 맥주 한잔 한 것이 문제가 될 수 있냐는 이야기였다. 또 이천수가 일방적으로 당했다는 익명의 게시물은 선의의 거짓말이 아닌 잘못된 팬심의 발로라는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
'금주'를 깨고 벌인 소동은 단순히 이제 단순히 이천수 개인적인 일만은 아니다. 술자리에 이천수의 집사람이 있느냐 없느냐는 차후 문제다. 가장 중요한 것은 피해자가 늘었다는 것이다. 그에게 다시 기회를 준 축구계와 또 거짓으로 그를 감싼 팬, 그리고 축구장에서 그에게 응원을 보낸 인천의 팬들이 모두 피해자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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