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야말로 후끈하고 화끈한 수다였다.
최근 JTBC 예능 프로그램 '마녀사냥'이 20대 시청자를 중심으로 급속도로 세력을 키워 나가고 있다. 엠넷 '슈퍼스타K 5'와 동시간대에 방송된다는 부담감을 안고 시작한 '마녀사냥'은 네 MC 신동엽, 성시경, 허지웅, 샘 해밍턴이 만드는 의외의 하모니로 상승세에 올랐다.
무조건 내지르는 허지웅과 위험수위를 오가는 신동엽, 제3자의 시선으로 이들을 내려다보지만 결국 같은 부류(?)임을 확인하게 되는 성시경, 4차원 웃음 코드를 가진 샘 해밍턴이 주역이다.

지난 14일, '마녀사냥' 녹화가 진행되는 서울 중구에 위치한 JTBC 사옥을 찾았다. 똘망똘망한 눈빛으로 스튜디오를 호령하는 신동엽의 리드로 녹화가 진행되고 있었다. 시청자들의 사연을 기반으로 운영되는 '마녀사냥'인 만큼 젊은 남녀 방청객이 함께 녹화를 지켜봤다.
# 방송보다 셀까? 약할까?
'마녀사냥'을 보면서 드는 궁금증 하나. 실제 녹화를 할 때 수위는 어떨까이다. 요즘 젊은 커플들의 연애사를 다루다보니 직접적으로 성관계 등 스킨십에 관한 대화가 매주 빠짐없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 '섹드립'의 대가로 불리는 신동엽, 폭주하는 기관차 허지웅까지 가세하니 항상 조마조마하게 녹화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 특히 호주인 샘 해밍턴이 '방귀 배틀' 등 각종 생리 현상에 예민하게 반응해 의외의 포인트에서 폭소가 터지기도 한다.
이날 특이사항은 샘 해밍턴이 마음의 문을 열고 녹화 중 자신의 과거 연애담을 공개했다는 것. 허지웅은 "드디어 마음의 문을 열었다"며 격하게 환영했고 그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중간중간 출연자들의 추임새가 섞이면서 삼천포로 빠지기도 했지만 샘의 이야기는 무사히 마무리 지어졌다.
'마녀사냥'의 한 관계자는 "녹화가 편안한 분위기에서 진행되다 보니 사석에서 나누는 대화들이 나오기도 한다"며 "하지만 시청등급과 대화 주제 등 프로그램 성격을 감안해 편집이 많이 된다"고 설명했다.

# 시청자들은 왜 말을 잘할까
전화 연결이 된 시청자들이 하나같이 말솜씨가 똑 부러진다. MC가 묻는 질문에 딱 맞게 답하고 유쾌한 웃음을 짓는 여유까지 보이곤 한다. 많은 사람들 앞에서 내 이야기를 하기란 전문 방송인이 아니고서야 쉽지 않다. 심장이 오그라드는 긴장감이 동반된다. 하지만 '마녀사냥'에서는 콕콕 말 잘하는 시청자를 찾아가기라도 하는 듯 매끄럽다.
알고보니 이는 모두 '편집의 힘'이었다. MC들은 방송에 필요한 한 장면을 뽑기 위해 이런저런 질문을 던지며 대화를 이어갔다. 방송에서는 짧은 통화가 사실은 5분 이상 지속되는 경우가 많다. 이날 전화연결이 된 한 여성 시청자 역시 밝은 웃음소리로 인사를 한 후 오랜 대화를 나눴다. 개인적인 고민이라든가, 사연을 보낸 연인에 대한 애정 섞인 볼멘소리도 있었다. 많은 이야기를 나눈 후에야 신동엽은 "고맙다"며 대화를 정리했다.

신동엽 외에 톱 연애칼럼니스트로 나오는 곽정은 기자의 진행 솜씨가 눈에 띄었다. 그는 어수선하게 이야기가 흘러갈 때, "정리해보면"이라고 말하며 맥을 잡아왔다. 센 이야기를 세지 않게 포장하는 스킬도 가지고 있어서 존재감이 빛났다.
성시경, 홍석천은 객석과 소통하려는 제스처를 자주 취해보였다. 성시경은 관객 대상으로 갑작스럽게 투표가 진행되자 아예 의자를 돌려 앉았고, 홍석천은 한 관객의 이야기에 세세하게 호응하고 대답하며 말을 이어갔다. 자신들의 이야기도 좋지만 방청객들의 참여를 적극적으로 권유하는 분위기였다.
지난 8월 2일 첫 방송된 '마녀사냥'은 주말 예능전쟁의 문을 여는 금요일 오후 11시에 편성돼 빠른 속도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마녀사냥' 측 관계자는 "보는 것보다 리얼한 이야기가 녹화 현장에서 많이 나온다. 또 시청자 참여로 이루어지는 프로그램이라 돌발 상황도 의외로 있다. 이런 것들을 감안해 국민정서에 맞는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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