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대장정' 이끄는 조범현 "마법을 부리고 싶다"
OSEN 이선호 기자
발행 2013.10.18 16: 29

"죽겠다. 죽겠어".
한국프로야구 10번째 심장 신생 KT 위즈가 경남 남해캠프에서 무에서 유를 만들어가고 있다. 2014시즌 2군 참가에 이어 2015년 정규리그 참가까지 주어진 시간은 길지 않다. 선수들이 완벽하게 구성된 것도 아니다. 말 그대로 황무지를 옥토로 개간하는 창조와 같은 작업이다.
지난 16일 오후 늦게 남해 스포츠파크를 찾았다. 빨간색 위즈 점퍼를 입은 조범현 초대 감독이 마중을 나왔다. "오랜만이네"라며 반갑게 손을 내밀던 그는 예전 KIA를 이끌때 보다 달라진 느낌을 주었다. 살이 빠져서 그런지 얼굴에서 더욱 강인한 인상을 풍겼다. 그는 "밤 10시에 잠을 자고 아침 5시에 일어난다. 등산도 많이 한다"고 말했다. 창단 팀을 연착륙시키기 위해서는 창단 감독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 그래서인지 자신의 몸을 강하게 단련시켜야 한다고 생각하는 듯 했다.

남해 캠프에는 약 50명의 선수들이 훈련을 하고 있다. 체력훈련과 기술훈련을 병행하며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땀을 흘리고 있다. 6명의 코치들이 50명의 선수들와 시름을 하고 있다. KT 유니폼을 입은 선수들과 테스트조로 구분되어 있었다.  테스트조는 매일 시험이 펼쳐지는 곳이다. 잘하면 유니폼을 입지만 떨어지면 짐을 싸서 나가야 한다. 그래서 선수들은 누가 테스트를 받기 위해 입소하면 긴장한다고 한다.
KT는 아직 포스트시즌이 끝나지 않아 코치진 구성이 완료하지 못했다. 조찬관 스카우트 팀장과 노춘섭 스카우트 차장까지 합세해 함께 지도할 정도이다. 그러나 모든 코치들의 얼굴은 피곤함 보다는 희망과 생기가 가득하다. 조 감독은 "무언가를 새롭게 만들어나간다는 것이 매력이다. 우리 코치들이 정말 고생을 많이 한다. 그러나 이러면서 팀 워크와 분위기가 만들어진다"고 고마워했다.
그러나 현재 50명의 선수 가운데 과연 1군 주전이 몇명이 될 것인지는 모른다. 9월 말 트라이아웃에서 10명을 추려 남해 테스트를 거쳐 18일 최종 7명을 뽑았다. 훈련조들에는 몇몇 신인들이 포함됐지만 대체로 프로물을 조금 먹거나 프로에 진입하지 못한 아마선수들이 주축이다 보니 기량은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조범현 감독의 강도 높은 강훈에 힘들어하는 선수들도 있다.
조찬관 스카우트는 "첫 훈련을 했는데 선수들이 긴장했는지 볼을 제대로 잡지도 못하고 하늘로 볼을 던졌다. 감독님이 조금 보시고는 한숨을 푹 내쉬더라.  감독님께 미안해서 고개를 들지 못했다"고 웃었다. 곁에서 이 말을 듣는 조범현 감독은 "죽겠다. 죽겠어!"라고 고개를 흔들면서도 "훈련 밖에 답이 없다"고 목소리에 힘을 주었다.
KT는 내년 2월까지 쉼없는 훈련 대장정을 펼친다. 남해, 애리조나, 대만에 이르는 3개국 대장정이다. 일단  KT는 11월 20일까지 남해에서 훈련을 펼친 뒤 애리조나 투산으로 이동해 내년 2월11일까지 훈련한다. 이어 대만으로 이동해 NC와 대만 현지 팀들과 실전을 갖는다.  조 감독은 "훈련날짜만 따져보니 108일간의 훈련이다"고 웃었다. 
KT는 신생팀 우선지명으로 천안북일고 투수 유희운과 부산 개성고 투수 심재민을 뽑았다. 이어 1차 지명에서는 경북고 투수 박세웅을 지명했다. 이어진 8월 26일 2차 드래프트에서는 5명의 특별지명권을 행사하는 등 모두 15명을 뽑았다. 신인만 18명이다. 조감독은 "박세웅이 좋은 폼으로 던지고 있어 장래성이 있다. 타자는 문상철(고려대)이 파워가 있어 주전으로 키울 수 있는 재목이다"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아직은 신인들이 모두 훈련에는 참가하지 않고 있다. 학교 등 개인 일정들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조 감독은 "일단 신인들이 모두 훈련에 참가하고 11월에 예정된 2차 드래프트에서 선수들을 뽑으면 어느 정도 얼개가 짜여진다. 이 전력으로 내년 2군리그에 참가한다. 필요하다면 외국인 선수를 뽑을 것이다"고 말했다. 본격적인 훈련과 전력구상은 애리조나에서 이루어진다는 의미이다.
지금은 말 그대로 첫 걸음마 수준이지만 조 감독이 생각하는 KT야구는 빠르고 강한 팀이다. 그러나 조심스럽다. 성패는 선수자원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그는 "일단 선수들의 기량파악이 우선이다. 장점을 보고 장점을 최대한 살리는 방향으로 잡을 것이다. 그리고 내년까지는 프로적응기이다. 훈련과 게임도 많아야 한다. 그래서 선발진 6명을 돌리고 무리하지 않고 계획 세워 차근차근 선수들을 육성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특히 조 감독이 강조하는 대목은 눈빛이 살아있는 야구이다. 그는 "선수를 뽑는 스카우트들과 상의한 것이 있다. 눈빛이 살아있고 패기와 근성있는 선수들을 많이 뽑아 팀 분위기를 만들어가자고 주문했다. 이제 좋은 선수들을 뽑았으니 그런 팀 분위기를 만들어갈 것이다"고 말했다.
앞선 신생팀 NC의 선전도 자극제이다. 조 감독은 "올해 NC에 많은 관심을 갖고 지켜보았다. 초반 수비력, 전반적인 투타의 엇박자 안맞아 고생할 것 같았는데 트레이드 통해 분위기 바꾼게 포인트이 되었다. 마지막까지 선수들 기량도 좋아지고 너무 잘해서 사실 KT로서 좀 부담이 된다"고 속내를 털어놓기도 했다.
막내구단 KT가 어떤 모습을 보여줄 것인지는 모든 야구인들의 관심사이다. 조 감독은 웃으면서 "마법을 부릴 수 있는 야구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구단명(위즈)대로 마법사 야구를 하겠다는 것이다. 2015시즌 개막까지는 18개월 남았다. 조범현의 KT 위즈가 빠르고 강인하고 패기 넘치는 마법의 시간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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