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2TV 종영 드라마 '굿 닥터'에서 문채원(26)은 그 어떤 의학드라마에서도 볼 수 없었던 매력적이고도 능동적인 여의사 차윤서 역으로 시청자의 시선을 끌었다.
이렇다 할 실패 없이 승승장구하며 살아온 윤서는 사랑받고 자란 티가 나는 구김살 없는 성격에 자존감 넘치는 예쁘고 똑똑한 펠로우 2년차. 마음도 따뜻해 성원대학병원의 엔젤 닥터로 불린다. 그런 윤서의 옷을 입은 문채원은 단발 머리를 질끈 묶고 의국 안을 휘젓고 다니며 힐링 에너지를 마구 발산해냈다.
특히 문채원은 자폐 3급 판정을 받은 시온(주원 분)을 엄마처럼, 친구처럼, 애인처럼 챙기며 결국 사랑을 이루는, 새로운 연상연하 커플의 패러다임까지 보여줬다.

"'굿 닥터'의 대본을 읽고 나서, 제가 느꼈던 따뜻함을 돌려 드리고 싶었어요. 정치와 남성 느낌이 강한것 보다는 '종합병원' 같은 느낌이 좋았어요. 소아외과도 신선했지만 자폐 이야기를 다룬 소재가 신선했고, 어떻게 이야기가 진행될지 예상 못해서 좋았죠. 멜로를 상상한다면 독특한 구조가 있을 것 같아 선택했어요."
문채원의 예상 그대로였다. 문채원은 20부작 내내 시온을 향한 풍성한 사랑으로 그에게 사랑이라는 생소한 감정을 깨닫게 해줬고, 폐쇄적이었던 시온을 사회 구성원으로 우뚝 서게 만드는 강력한 힘을 발휘했다.
"다른 드라마를 했을 때는 멜로가 세면서도 애증관계가 있는데, 이번 드라마는 애증이 아니라 정말 다 주고 베풀고 감싸고 후배로서 아끼는 마음이었기 때문에, 사람으로서 사랑을 준 느낌이에요. 이렇게 20부 동안 내리쏟아서 주는 사랑이 만드는 멜로는 어떤걸까 생각을 했을 때, 스킨십이 없고 센 장치가 없어도 켜켜이 쌓여가는 게 있구나라는 생각을 했어요."

이 때문일까. 시청자들은 이들의 사랑이 '무조건 이뤄져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의학드라마임에도 동화 같은 내러티브를 선보였던 이들의 사랑은 결국 시청자의 바람대로 동화 같은 해피엔딩을 맞았고, 시청자의 연애 욕구까지 자극하는 성과(?)를 달성했다. "의학드라마가 연애까지 하고 싶게 해줬다면, 저로서는 기분이 너무 좋죠. 하하"
하지만 시온과의 멜로가 문채원에게 쉬운 일만은 아니었다고. "멜로가 후반부에 붙기 시작하면서 되게 어려웠어요. 시온이가 나를 처음에 안아주던 장면 또 내가 만나자는 장면의 포옹 장면은 어려웠어요. 남녀 사이의 사랑이야기는 간접적으로 보고 들었으니까 맞추면 되는데, 이건 떠오르는 그림도 없고 본것도 없고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더라고요. 내가 이 사랑을 응원해야 하는걸 공감해야 하는데, 윤서 입장에서 리드하다보니 어려웠어요."
"그래서 정말 이것저것 다 해봤어요. 톤도 전부 다르게요. 그래도 전부 다 아닌거 같았어요. 그런데 주원이와 감독님이 편안한대로 하자고, 그래서 하다보니 생각지 못한게 또 나오기도 했어요. 찍으면서 재밌고 어려웠던만큼 결국에 많은 분들이 잘 봐주셔서 다행이었어요. 기억에 많이 남을 것 같아요."

특히 문채원은 시온에게 주는 사랑으로 윤서 또한 행복한 일상을 찾은 것처럼, 본인 스스로도 착한 의학 드라마 '굿 닥터'를 통해 시청자에 힐링을 안겨 주며 그에 상응하는 소중한 경험을 했다고 전했다.
"드라마 속 착한 대사를 어떻게 해야 하나 싶을 정도로 혼자 부끄러웠던 적이 많았어요. 저는 현실적이고, 날이 갈수록 순수함을 잊을때도 있거든요. 그래서 빨래하는 기분도 들었어요. 뭔가 씻어내는 느낌? 작품 속에서 아픔이 많은 인물을 연기하면 후에 저에게도 한꺼풀 입혀질 수도 있는데, 이 작품은 뭐가 좀 빠져나가야 할 것이 씻겨져 나간 느낌이에요. 좋은 느낌이었어요. 그 작업이 쉽지만은 않았어요. 연기가 편안해지는데는 시간이 많이 걸리기도 했어요."
하지만 '여자' 문채원은 윤서 같지만은 않다고 말했다. "저는 상대방에게 저돌적이지는 못한 것 같아요. 요새는 여자가 먼저 고백한다고 하는데, 저도 현대 여성이지만 리드하는건 잘 못할것 같아요. 여태까지 그러지도 않았고요. 윤서처럼, 아니면 예전에 은기('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 남자')처럼 내가 맡았던 인물의 멜로는, 내가 사실 해보고 싶은 멜로지만 드라마에서 해보고 끝나면 괴리감을 느껴요. '아, 참 대단들 하시다' 라고요. 여자가 이정도로까지 저돌적으로 나오면 남자가 한발짝 물러나지 않을까라는 걱정을 하기도 하고요."
'공주의 남자',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 남자', '활', '굿 닥터' 등 문채원의 필모그래피엔 이제 작품성과 흥행성을 동시에 인정받은 굵직한 작품들의 이름이 빼곡하다. 문채원은 그만큼 부담감의 무게도 커진다고 털어놨다.
"작품이 잘 될수록 부담감이 커져요. 이제 제가 맡는 캐릭터가 늘 비슷하고 옷만 바꿔입은 느낌이 들 수 있어요. 제가 해보고 싶은걸 하고 싶은데, 작품이 잘되면 사람들이 했던 역할로 기억해주시니까, 만약 그게 아닌 또 새로운 역할을 하려고 하면 힘들죠. 일이 많이 들어오면서도 항상 비슷한 캐릭터에요. 이번에는 어떤걸 할지, 저도 만족하고 사람들에게도 뻔하지 않을 수 있는걸 하려고 고뇌하죠."
"슬럼프는 있었지만, 퇴보하는 작품은 없다고 생각해요. '굿 닥터'를 통해 저도 분명히 성장이 있었을 거에요. 드라마를 할 때 '내가 이걸 꼭 성공시킬거야'그런 욕심은 없어요. 제 힘으로 되는 것도 아니고요. '착한 남자'의 성장은 '굿 닥터'에서 알 수 있고 '굿 닥터' 성장은 다음 작품에서 알 수 있을거란 생각이 들어요. 저도 제 다음 행보가 궁금하고,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 배운 걸 조금 더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을 선택하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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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