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자의 여유일까. 삼성 라이온즈 외야수 최형우(30)에게 한국시리즈를 앞둔 각오를 묻자 "평소와 다를 바 없다. 그저 하던대로 하면 된다"고 말했다.
사상 첫 정규시즌 3연패를 달성한 삼성은 6일부터 한국시리즈 대비 훈련에 돌입했다. 올해부터 주장 중책을 맡게 된 최형우는 "잘 아시다시피 우리는 준비하는 자세가 몸에 배여 익숙하다. '한 번 잘 해보자' 이런 것도 없다. 해마다 똑같은 준비를 했었으니 선수들도 다들 재미있게 하고 있다. 그저 평소대로 할 뿐"이라고 팀 분위기를 전했다.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은 가득하지만 자만심 또는 방심은 절대 금물. 최형우는 "선수들 모두 자만하면 끝장난다는 걸 다 알고 있다"고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다.

정확성과 파괴력을 겸비한 최형우는 올 시즌 전 경기에 출장, 타율 3할5리(511타수 156안타) 29홈런 98타점 80득점으로 고감도 타격을 과시했다. 올 가을에도 그의 방망이는 더욱 달아오를 듯. 그렇지만 최형우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 그는 "아직 뭔가 부족하다. 시즌 후반 때 오른쪽 어깨가 일찍 열리는 버릇이 나왔는데 고쳐가는 단계다. 24일 한국시리즈 1차전까지 최상의 컨디션으로 끌어 올릴 것"이라고 전의를 불태웠다.
두산과 넥센의 준플레이오프 혈투를 바라보며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 최형우는 "플레이오프 5차전까지 가면 몰라도 준플레이오프에서 그렇게 힘을 빼면 LG가 쉽게 이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플레이오프 5차전까지 가는 접전이 펼쳐지길 바라는 게 그의 솔직한 마음인 듯.
김현수(두산 외야수)는 "(최)형우형에게 방망이를 받기 위해서라도 대구에 가야 겠다"고 말했다. 지난해까지 삼성에서 뛰었던 손주인(LG 내야수)은 "개인적으로 정말 한국시리즈에 가고 싶다"고 한국시리즈 진출을 향한 열망을 내비쳤다.
이에 최형우는 "현수에게 방망이를 줄 수 있지만 우리와 경기할때 사용하지 못한다. 우리랑 할때 내가 준 방망이를 들고 나서는 건 곤란하다"고 웃었다. 이어 그는 "주인이가 정말 잘 했으면 좋겠다. 긴장하는 것 같다"고 절친의 맹활약을 간절히 바랐다.

주전 유격수 김상수가 왼손 유구골 골절상을 입어 한국시리즈 엔트리 승선이 불가능한 상태. 삼성에서도 가장 우려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팀 전력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김상수가 빠졌으니 그럴 만도 했다.
최형우는 "팀내 차지하는 비중이 큰 상수의 공백이 클 수 있다. 수비 뿐만 아니라 주루에서도 그렇다. 상수가 빠지면 뛸 사람이 없다"며 "그럴수록 나를 비롯한 중심 타자들이 더 잘 해야 한다. 큰 거 한 방을 터트려 주자들이 여유있게 홈으로 들어올 수 있도록 하겠다"고 재치있게 대답했다.
지난해 12월 1일 박향미 씨와 백년가약을 맺은 최형우는 올 시즌 아내의 내조 덕분에 더욱 위력적인 모습을 선보였다. 평소 최형우와 친하게 지내던 동료 선수들은 "경기 끝나면 곧장 집으로 향한다"고 섭섭한 반응을 보이기도.
삼성은 17일부터 대구 모 호텔에서 합숙 훈련에 돌입했다. 최형우 입장에서는 아쉬울 법도 했다. "이달 말까지만 고생하면 된다. 우승이라는 목표 하나만 바라보며 달려왔다. 우승 메달 들고 사랑하는 우리 아내에게 달려가겠다". 천상 애처가 최형우다운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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