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저께TV] '응답하라 1994' 김성균의 상경기…험난+뭉클
OSEN 박현민 기자
발행 2013.10.19 09: 45

전작 '응답하라 1997'의 기록적인 흥행으로 방송 전부터 관심이 집중됐던 '응답하라 1994'가 지방 출신의 서울 상경기를 사실적으로 묘사한 첫 회 방송으로 비슷한 경험을 지닌 이들의 격한 공감을 이끌어냈다. 이는 극중 경상남도 삼천포 출신의 삼천포(김성균 분)의 자연스러운 연기가 결합돼 시너지를 냈다.
지난 18일 방송된 tvN 금토드라마 '응답하라 1994'(극본 이우정, 연출 신원호)에서는 작품의 주요 배경이 되는 신촌하숙의 주인 가족들 모습이 그려졌다. 성동일-이일화 부부, 그리고 쓰레기(정우 분)-성나정(고아라 분) 남매의 성격이 이날 방송을 통해 고스란히 드러났다.
이미 신촌하숙에 머물고 있는 전라도 순천 출신의 해태(손호준 분)는 인사하듯 스치는 모습만, 조윤진(도희 분)은 히키코모리에 서태지 빠순이라는 독특한 콘셉트의 설정과 더불어 방송 말미 전두환 전 대통령 사진에 거침 없는 욕설을 퍼부어 인상을 남겼다.

반면 믿기 힘든 노안을 지닌 20세 청년 삼천포는 갓 도착한 서울역부터 신촌하숙까지의 이동에 반나절을 넘게 소모, 험난한 서울 적응기를 세심하게 그려냈다.
첫 난관은 지하철이었다. 당초 지하철의 환승 개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던 '지방인' 삼천포는 서울역에서 꿋꿋하게 '신촌행 지하철'을 기다리다가 10여대를 보낸 끝에야 곁에 앉은 아저씨에 물어 시청역 환승을 깨달았다.
이게 끝이 아니었다. 난생 처음 지하철을 탄 삼천포는 지하철 출구 찾기에 또 다시 엄청난 시간을 들여야 했고, 겨우 찾은 출구에서 올라탄 택시는 서울 전역을 관광(?)시키며 기본 요금의 거리를 무려 2만 100원이라는 바가지 요금을 그에게 안겼다.
이는 서울의 지하철과 택시에 익숙지 않았던 지방 출신의 사람들에게는 쉬이 공감을 자아낼만한 에피소드로 보는 이들의 몰입감과 공감대를 높이는 데 일조했다.
상경 첫날 고향 어머니와의 통화신은 무뚝뚝한 삼천포도 이를 보는 시청자도 모두 눈물을 글썽이게 만들었다. 혹여라도 괜한 걱정을 끼칠까 자신이 당했던 험난한 일들을 숨기며 멀쩡한 척 전화하는 삼천포와 눈물을 쏟으며 자신의 아들을 걱정하는 어머니의 통화는 심금을 울리기 충분했다.
이후 경찰 검문에 걸려 파출소에 끌려간 모습은 다시금 웃음을 자아냈지만, 우여곡절 끝에 신촌하숙에 첫발을 내디딘 후 고향 어머니가 소포로 부친 고급 이부자리를 눈앞에 마주한 장면에서는 또 다시 가슴 한편이 아려왔다.
'응답하라 1994'의 첫 OST인 로이킴의 '서울 이곳은'의 "아무래도 난 돌아가야겠어. 이곳은 나에게 어울리지 않아"라는 노랫말은 시종 진지했던 삼천포의 표정과 겹쳐지며 그의 심경을 대변하는 듯 했다.
서울 출신에게는 그저 주변 지인의 경험담에 그칠 수도 있지만, 지방 출신의 누군가에게는 부모님이 계신 집을 떠나 각박한 서울에서 홀로 생활을 이어가야 했던 당시를 떠올리며 삼천포에 빙의해 함께 웃고 울었던 시간이 아니었을까.
이는 '응답하라 1994'가 앞으로 신촌하숙을 채울 칠봉이(유연석 분), 빙그레(바로 분) 등과 더불어 하숙생들의 모습에 자신의 대학 시절을 대입, 당시를 추억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낳으며 첫 방송 합격점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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