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춘(回春)'이라는 표현이 아깝지 않다. FA컵 결승전에서 김상식(37, 전북 현대)의 플레이를 본 이라면 모두가 느꼈을 것이다. 하지만 하나가 부족했다. 우승이라는 마침표를 찍지 못한 탓에 김상식의 활약은 빛이 바래고 말았다.
김상식이 최고의 경기력을 선보였다. 김상식은 19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FA컵 결승전 포항 스틸러스와 홈경기에 선발로 출전해 90분 풀타임은 물론 연장전 30분까지 소화했다. 총 120분을 뛴 김상식은 만 37세의 나이답지 않게 왕성한 활동량과 수준 높은 대인 방어를 선보이며 전북의 안정된 수비를 이끌었다.
이날 김상식은 수비형 미드필더로 출전해 전북의 허리를 든든히 지켰다. 파트너 정혁이 마음껏 공격에 가담할 수 있도록 포항의 역습을 비롯한 모든 공격 전개를 중간에 차단했다. 김상식의 존재로 포항은 미드필더에서 전력이 앞선다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우위를 점하지 못했다.

김상식의 존재감은 시간이 흐를수록 강해졌다. 체력이 떨어졌을 무렵인 후반 막판에는 적절한 타이밍에 상대의 공을 가로챘다. 또한 전방으로 이어지는 정확한 패스를 펼쳐 전북의 공격이 활기를 띄게 만들었다. 김상식의 경기력은 '노장의 투혼'이라고 볼수밖에 없었다. 포항에서 김상식과 같은 포지션에서 똑같은 역할을 수행한 황지수(32)는 후반 42분 김태수로 교체될 정도였다.
하지만 이날 김상식의 활약은 축하를 받지 못했다. 120분을 소화하며 그라운드서 어린 후배들을 지휘한 김상식은 연장 접전 후 승부차기로 이어지자 후배들을 독려했다. 그러나 상대 골키퍼 신화용의 선방에 막혀 승부차기서 3-4로 패배하자, 고개를 숙인 후배들을 위로하며 조용히 그라운드를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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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백승철 기자 baik@osen.co.kr